영국 작가 캐서린 메이 에세이 출간

영국 작가 캐서린 메이의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웅진지식하우스)는 힘겨운 시기를 건너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를 줄 만한 에세이다.

저자가 건강이 무너져가던 시기에 쓴 이 책은 혹독한 겨울나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다.

자연의 변화에 대응하는 동식물의 이야기, 저자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 저자 자신의 이야기가 매혹적인 문장과 함께 펼쳐진다.

책은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저자가 겨울을 나는 동안 일어난 일을 다뤘다.

시련과 함께하는 법…'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40대 초반인 저자는 늘 걱정거리를 안고 살아간다.

적요한 밤이 찾아오면 해결되지 않는 고민이 하나둘 머릿속에서 튀어나온다.

마땅히 한 해 봉급쯤은 적립된 예금 계좌를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나, 적당한 생명 보험도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보수적인 생각들 말이다.

그러나 늘 뭔가에 다 써버려 수중에 남은 돈은 없다.

인생의 위태로움이 저자를 매섭게 할퀸다.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맹수에게 쫓기는 사냥감처럼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초조해하면서, 모든 일이 긴급하고 아무리 해도 충분치 않았다고 저자는 느낀다.

그러는 사이 저자의 건강은 시나브로 나빠진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복통이 이어진다.

병원 검진 결과, 저자의 내장은 건강에 지극히 무관심한 70대의 내장기관 같다는 판정을 받는다.

경련과 염증 증상이 반복된다.

저자는 이제까지의 식습관을 모조리 바꾸고 휴식에 집중하기로 한다.

저자는 회복 과정에서 여러 지인을 만나고, 여행하며 지친 몸과 마음을 돌본다.

그리고 겨울나기에 대한 '느슨한' 공부를 시작한다.

그의 핀란드 지인에 따르면 한해의 절반이 영하인 핀란드에서는 7~8월부터 겨울을 준비한다.

겨울옷을 내놓고, 집안에 고칠 곳이 있으면 고친다.

장작은 패두어 차곡차곡 쌓아둔다.

겨울용 타이어를 사고, 피클 등 저장식품을 담근다.

이곳저곳을 다니기도 한다.

겨울이 오면 이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뿐 아니라 동식물도 겨울을 알차게 준비한다.

약해지고 줄어드는 햇살 탓에 충분한 에너지를 얻을 수 없는 나무들은 잎에 물 공급을 차단한다.

나뭇잎은 메말라가며 떨어진다.

나무는 잎이 남긴 상처를 치료하는 물질을 분비해 물의 증발, 감염, 기생충의 침입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겨울잠쥐는 동면을 앞두고 15~20g이던 체중을 40g 안팎까지 늘린다.

이들은 첫서리가 내리기 전까지는 동면에 들어가야 한다.

보통 10월에서 이듬해 5월까지 겨울잠을 잔다.

나무에도, 겨울잠쥐에게도 겨울은 분명 위기다.

하지만 죽음처럼 극복 못 할 위기는 아니다.

그저 다시 활동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겨울에는 잎을 떨구고 완전히 생명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나무는 내년 봄을 위해 잎눈을 품고 있고, 죽은 듯 잠을 청하는 겨울잠쥐도 5월이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활발한 활동을 시작한다.

겨울나기 공부를 통해 저자는 "겨울이 내게 에너지를 좀 더 신중하게 쓰고, 봄이 올 때까지 당분간 휴식을 취하라고 말하고 있다"고 느낀다.

더 나아가 인생에서 겨울, 혹은 불행도 필요하다는 깨달음까지 얻는다.

"불행이 우리에게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시사해주는 기능이 있다"는 점에서다.

저자는 "우리가 우리 자신의 슬픔에 근본적으로 정직하지 못하면, 우리는 상황에 대응하라는 그 신호를 놓치게 된다"고 말한다.

"인생의 많은 부분은 언제나 형편없기 마련이다.

한껏 높이 비상하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아침에 일어나기조차 버거운 순간들도 있다.

둘 다 정상이다.

사실 둘 다 어느 정도 필요하다.

"
책의 원제는 겨울나기, 월동을 의미하는 윈터링(Wintering).
이유진 옮김. 316쪽. 1만6천원.
시련과 함께하는 법…'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