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설정과 전개방식으로 새로운 한 세계를 펼쳐 보이다"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수림문학상 제9회 당선작으로 지영(37·본명 최지영)의 장편소설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이 선정됐다.

수림문학상 심사위원단은 한 달간의 예심을 통해 본심에 올린 장편소설 여섯 편을 다각적으로 심사한 결과, 심사위원 전원이 추천한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을 당선작으로 뽑았다고 24일 발표했다.

상금은 5천만 원이다.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은 테러 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은 인물이 깨어난 뒤에 모국어를 잃는 대신 생전 접해본 적 없는 언어를 자연스럽게 말하게 된다는 독특한 설정의 작품이다.

특히 원고지 1천 매 가까운 소설 전체를 인터뷰와 관련 기사만으로 채우는 새롭고 신선한 형식을 택했는데도, 구성이 느슨해지거나 허술해지지 않은 점을 심사위원단은 높게 평가했다.

심사위원단은 심사평에서 "사고 뒤 전혀 다른 환경에 놓인다는 설정은 낯설지 않지만, 그것이 '말'이라는 점이 신선했고, 언어와 세계와의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힘이 있었다"면서 "모국어를 잃고 전혀 다른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는 것은 몸에 다른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몸 자체가 바뀐 것과 같아, 결국 이 세계에서 고립되고, 먼지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내용은 언어에 대한 놀라운 천착이었다"고 평했다.

아울러 "인터뷰와 기사 사이에는 어떻게 기사를 접하게 됐는지, 혹은 인터뷰를 하게 됐는지 보조 설명도 없이 툭툭 문단이 나뉘고 서술되지만, 그것이 허술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의 행이나 연처럼 압축된 힘을 가졌다"면서 "독특한 설정과 전개 방식으로 새로운 한 세계를 펼쳐 보인 신인의 패기를 높이 샀다"고 덧붙였다.

제9회 수림문학상에 지영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지영은 1984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2017년 5.18신인문학상에 단편 '그리고 신발을 위한 냉장고'가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태국 나레수안대학교 동양어문학부에서 한국어를 강의한다.

지영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큰 상을 받게 돼 영광이고, 감사한 마음"이라며 "무엇보다 내 소설이 세상에 나오고,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게 가장 기쁘다.

어떤 이의 저녁, 주말의 한 자락에 내 소설이 놓일 수 있다는 상상을 하니 그것만으로도 감동"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심사위원으로는 소설가 윤후명(위원장), 성석제, 양진채와 문학평론가 정홍수, 신수정이 참여했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중순에 열리고 당선작을 단행본으로 출간한다.

수림문학상은 소설 문학을 이끌 차세대 작가를 발굴하고자 지난 2013년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공동 제정했다.

신인과 등단한 지 10년이 되지 않은 기성작가의 미발표 장편소설만 대상으로 한다.

역대 수상작은 제1회 최홍훈 '훌리건K', 2회 장강명 '열광금지 에바로드', 4회 김혜나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5회 이진 '기타 부기 셔플', 6회 김의경의 '콜센터', 7회 최영 '로메리고 주식회사', 8회 김범정 '버드캐칭'이다.

2015년(3회)에는 당선작을 내지 못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