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최고의 시절, 중년은 위기의 시간, 노년은 슬픔과 상실의 시기라는 고정 관념이 있다.

이 같은 관념은 인간이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유한한 존재이기에 죽음에 근접할수록, 삶의 행복 지수가 줄어든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요컨대 삶은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가 정점을 찍은 후 다시 내려오는 n자형 곡선을 취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 겸 언론인인 조너선 라우시는 최근 출간된 '인생은 왜 50부터 반등하는가'(원제 The Happiness Curve)를 통해 "인생 만족도가 40대에 최저점을 찍고 나이가 들수록, 특히 50대 이후부터 반등하는 U자 모양 행복 곡선이 우리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최근 20년간 경제학, 심리학, 신경생물학, 신경과학, 정신의학, 사회학 등에서 이루어진 최신 연구 성과를 살피고, 각 분야 대표 석학들을 만나 대화를 나눈 후, 직접 성인 300명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힌다.

저자에 따르면 젊었을 때는 항상 장밋빛 미래를 전망한다.

그러나 막상 중년에 이르면 현실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인생 만족도의 기대치와 실제치 간 격차를 의미하는 '예측 오차'가 커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에 놓친 기회'를 통탄하는 후회라는 감정, 즉, '후회 함수'가 여기에 더해지면서 삶에 대한 실망감을 부채질한다.

또한 인간에게는 근거가 없음에도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낙관 편향이 존재하는데, 이런 낙관 편향이 시간이 흐를수록 좌절되면서 삶은 더욱 우울해진다.

이처럼 예측 오차, 후회 함수, 낙관 편향 등이 서로 뒤섞이면서 과거에 대한 실망감은 더 강해지고,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증발해 중년에 이르면 인간은 과거와 미래를 모두 비참하게 느낀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하지만 낙관 편향은 40세에 절정에 달했다가 서서히 줄어든다.

그리고 난 후 인생의 쓴맛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우울한 현실주의"가 찾아온다.

저자는 이를 두고 "청춘에는 낙관론으로 무장하고 세상으로 뛰쳐나가 위험을 감수하며 한계에 도전하고, 중년에는 정신의 눈금을 재조정하는 것"이라면서 이것이 "인간이란 종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일지 모른다"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처럼 좌절과 실패를 통해 자기 뜻대로 삶이 안 된다는 것을 체험한 후 인간은 50세쯤 다시 도약한다고 말한다.

이어 우리는 중년의 슬럼프를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위기가 아니라, 지극히 정상인 "전환기", 더 나아가 "리부팅기"라 불러야 마땅하다며 "중년과 노년 사이에 길게는 20년에 이르는 앙코르 성인기가 존재한다"고 곁들인다.

"청춘은 마음이 양극단의 감정을 오가며 고생하는 시기고, 중년은 고단하지만, 건설적인 적응의 시기며, 노년은 대체로 가장 행복한 시기다.

"
부키. 김고명 옮김. 432쪽. 1만8천원.
인생 여로의 비밀…'인생은 왜 50부터 반등하는가' 출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