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잡초 생존 투쟁기 '전략가, 잡초'

'섞일 잡(雜)'에 '풀 초(草)'로 이뤄진 잡초는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방해가 되는 풀' 또는 '하잘것없는 식물'로 취급하기도 한다.

그 정체와 생존 비결은 뭘까?
잡초라고 하면 뽑아도 뽑아도 끝없이 자라나 인간을 괴롭히는 골칫거리이자 훼방꾼을 떠올린다.

그만큼 강인한 생명력을 생래적으로 지닌 식물이라고 여기기 쉽다.

일본 식물학자 이나가키 히데히로 씨는 쓸모없는 식물로 여겨지는 잡초의 생존전략에 주목했다.

저서 '전략가, 잡초'는 제목이 함축하듯 '타고난 연약함'을 '전략적 강인함'으로 극복하는 잡초의 삶을 총체적으로 다뤘다.

식물학적으로 봤을 때 잡초는 연약하다.

여기서 연약하다는 말은 경쟁에 약하다는 뜻. 이처럼 생태적으로 연약하게 태어났기에 '싸우지 않고 생존하기'를 제1전략으로 삼는다.

잡초는 많은 식물이 자라는 숲속에서는 감히 살아남지 못한다.

풍요로운 숲은 식물이 생존하기에 적합하지만 그와 동시에 치열한 전쟁터이기도 하다.

이런 경쟁을 피해 잡초는 식물들이 자라지 않는 곳, 즉 척박한 땅이나 제초된 밭에서 자라난다.

경쟁 사회에서 도망친 낙오자인 셈이다.

환경이 좋다고 해서 무작정 싹을 틔우지 않은 채 그 나름의 때를 기다린다.

저자는 "잡초는 다양한 환경에 맞춰 자신의 형질을 변화시키는 변신의 귀재이며, 끊임없이 새로운 곳을 찾아 번식하는 용감한 개척자"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치열한 식물계의 생존 경쟁에서 가장 약체인 식물에서 강인한 식물로 떠오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쟁에 약할지는 몰라도 예측 불가능한 환경의 변화에 강하기에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변화를 극복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그 나름의 개성이 강한 잡초는 외부의 주문이나 강요에 응하거나 굴복하지 않는다.

씨앗을 땅에 심고 물을 줘도 싹을 틔우지 않는다.

휴면과 각성을 반복하며 스스로 발아하는 생존전략을 구사하는 것. 식물의 번식 방법은 제꽃가루받이와 딴꽃가루받이로 나뉘는데, 잡초는 상황에 따라 둘 다 할 수 있는 '양다리 전략'을 구사한다.

잡초는 외로운 선구자이기도 하다.

아직 식물이 없는 곳에서 다른 식물보다 먼저 자라는 '선구식물'의 면모를 보이는 것. 씨앗마다 개성을 두어 한꺼번에 멸종되는 것도 막는다.

알수록 신기해지는 잡초의 세계다.

저자는 "변화하기 쉽기 때문에 변이가 자주 일어나는 잡초는 그 다양한 전략 덕분에 지금처럼 강인한 식물이 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별로 주목받지 못하면서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삶을 헤쳐나가는 인간 서민의 삶과 닮았다고 할까.

김소영 옮김. 더숲. 228쪽. 1만4천원.
연약하기에 오히려 강한 잡초의 변화무쌍한 생존 전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