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려 리더십

▲ 덧없는 꽃의 삶 = 피오나 스태퍼드 지음, 강경이 옮김.
유럽의 야생에서, 혹은 정원에서 흔히 보는 꽃 15가지에 얽힌 문학, 신화, 예술의 이야기를 엮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영문학 교수인 저자는 영국과 아일랜드 시인인 퍼시 비시 셸리와 마이클 롱리의 시에서, 고대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가 정리한 '변신 이야기'에서, 보티첼리부터 호크니에 이르는 수많은 화가의 그림에서 때로는 덧없음의 상징으로, 때로는 자연의 부활과 싱그러운 성장을 떠올리게 하는 강렬한 이미지로 등장하는 꽃들을 읽어낸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시신으로 뒤덮인 격전의 현장 플랑드르 들판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양귀비꽃은 설명할 길 없이 짧은 삶,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죽은 젊은 남자들의 이미지가 됐다.

화병에 담긴 해바라기를 그린 고흐의 연작은 오늘날 그의 그림 가운데 가장 사랑받고 가장 높이 평가되는 작품들이지만, 고흐는 해바라기가 얼마나 빨리 시들어버리는지 잘 알았다.

그래서 고흐는 이 꽃들을 그리는 내내 다급했고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에 해바라기 그림을 언급하면서 "그림들이 꽃처럼 시든다"고 슬프게 말하기도 했다.

볼품도 없고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엉겅퀴는 그 끈질긴 생명력 때문에 외침에 시달리던 스코틀랜드인들에게 사랑받았고 이 땅을 약탈하려던 바이킹이 엉겅퀴를 밟고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주민들이 깨어나 이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는 전설을 낳으며 스코틀랜드의 나라꽃이 됐다.

이밖에 장미, 라벤더, 수선화 등 친숙한 꽃들은 물론 스노드롭, 프림로즈, 폭스글로브와 같이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꽃들도 등장한다.

클. 284쪽. 1만5천원.
[신간] 덧없는 꽃의 삶·지네트 월터 이야기
▲ 지네트 월터 이야기 = 임연철 지음.
유관순 열사의 순국 100주년을 맞아 나온 '유관순 열사의 마지막 스승' 지네트 월터(1885~1977)의 평전이다.

1911년 한국 땅을 밟은 월터는 1920년 이화학당 교사로서 학당장(교장) 대리로 재직하고 있었다.

그는 유 열사의 옥중 순국 소식을 접하고 서대문 형무소를 직접 찾아가 시신을 인수하고 모든 장례 절차를 직접 주관했다.

월터는 유 열사의 관을 마련하고 준비했던 무명수의를 직접 입혔다가 학생들이 '진정한 나라의 영웅'이라며 새벽에 비단 수의를 만들어 오자 다시 갈아입히는 일을 했다고 1969년 펴낸 자서전에서 회고했다.

3·1운동의 기운이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져나갈 당시 그는 학교의 책임자로서 대놓고 지원하지는 못했지만, 종로경찰서에 연행된 제자 10명이 신문 과정에서 당한 고문 실태를 영문으로 작성해 미국 감리교 본부에 보내는 등 성원을 아끼지 않았다.

1926년 부친의 병환과 본인의 건강 문제로 귀국한 뒤에도 다시 한국을 찾고자 했으나 여러 여건 상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한국을 지원하는 활동은 멈추지 않았으며 광복 이후인 1959년 다시 한국을 찾아 이화여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책에는 월터가 학생들이 체육 시간에 운동할 수 있도록 한복 치마를 개량했다거나 당시 창궐하던 스페인 독감에 걸린 학생들을 헌신적으로 돌본 것과 같은 이화학당 재직 당시 일화들을 많이 담고 있다.

저자가 미국의 유족들을 만나 입수한 월터의 사진 100여장도 수록했다.

저자는 충남 천안에서 10살 안팎이었던 유관순 열사를 만나 가르치고 이화학당에 장학생으로 편입시켰던 '첫 스승' 앨리스 샤프의 평전도 썼다.

밀알북스. 407쪽. 2만5천원.
[신간] 덧없는 꽃의 삶·지네트 월터 이야기
▲ 장기려 리더십 = 김은식 지음.
한국 의료보험 제도의 초석을 놓은 의사로서 한평생 가난하고 병든 이들의 곁을 지키며 성자와도 같은 삶을 살다간 장기려(1911~1995)의 인생을 정리했다.

사회학 연구자인 저자가 2019년 6월 루마니아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 발표해 관심을 모았던 논문을 다듬고 보완해 책으로 냈다.

장기려는 '가난한 사람도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위해 의사가 됐고 한국전쟁 중 부산에서 무료 천막병원을 운영했다.

그러나 그것이 혼자서는 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힘을 보태줄 사람들을 직접 모으고 나섰다.

돈이나 권력으로 보상해 줄 방법이 없었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함께하고자 하는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것인지 차분히 알리는 것뿐이었다.

건강이 돈의 대가일 수 없다는 신념과 '모두를 위한 의료'는 그렇게 청십자의료보험조합과 복음병원 설립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당시의 동료와 제자, 함께 일했던 의사, 간호사, 병원과 의료보험조합 실무자 등을 만나 증언을 듣고 그의 흔적을 따라 발로 뛰며 취재한 결과를 책에 담았다.

장기려의 인생 역정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리더십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와 버나드 바스의 이론을 준거로 활용하면서 그가 왜 '거래적 리더십'을 넘어선 '변혁적 리더십'의 전형에 해당하는지를 분석하기도 한다.

나무야. 184쪽. 1만3천800원.
[신간] 덧없는 꽃의 삶·지네트 월터 이야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