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제주박물관, 제주바다 이야기 특별전
"제주엔 남자무덤 아주 적고, 마을엔 여자가 남자보다 3배 많아"
"제주는 멀리 큰 바다 가운데 있어, 파도가 다른 바다에 비해 더욱 사납다.

진상 다니는 공선과 상선은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표류하거나 침몰하는 경우가 열에 다섯, 여섯이다.

섬사람들은 앞선 항해에서 죽지 아니하면 반드시 나중 항해 때 죽는다.

그러므로 제주엔 남자 무덤은 아주 적고, 마을엔 여자가 남자보다 3배나 많다.

부모된 자가 딸을 낳으면 "우리를 잘 섬길 것"이라 하고, 아들을 낳으면 "이는 우리 애가 아니라 곧 고래와 악어의 밥"이라고 한다"

제주사람으로 1488년 명나라에 표류했던 최부(1454∼1504)는 일기 형식으로 남긴 표해록(漂海錄)에 제주바다에 대해 이렇게 기술했다.

최부와 하멜 등 제주를 오갔던 옛사람들이 남긴 제주바다에 대한 기록과 동서양의 고지도, 바다가 삶과 죽음의 원천이었던 제주 사람들이 남긴 민속품 등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제주박물관은 국립해양박물관, 제주대 박물관과 공동으로 특별전 '해양 제주 - 바다에서 바라본 제주바다'를 11일 개막했다.

국립제주박물관은 세계 섬문화 네트워크의 허브로 발돋움하기 위해 그동안 섬과 바다를 조명하는 다양한 주제의 특별전을 마련해왔다.

이번 특별전은 그 노력의 일환으로 '제주섬', '제주 바다' 그리고 '제주사람'에 대한 전시다.

이번 전시에선 국립해양박물관이 소장한 다수의 17∼19세기 서양의 해양지도와 제주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민속품 등 100여 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특히 제주바다에서 길을 잃었던 헨드릭 하멜이 작성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소설 '네덜란드 배의 제주도 난파기와 조선국기'의 1670년 프랑스 초판본이 처음으로 전시된다.

전시는 1부 '바다를 건너다'와 2부 '바다에서 살아가다'로 구성됐다.

1부는 제주바다를 건너간 사람들, 그리고 제주바다를 건너온 이방인들의 이야기다.

제주사람들은 일찍부터 제주바다를 건너 육지를 오갔다.

조선시대 지도와 표해록 등엔 육지로 가는 바닷길과 제주사람들이 말하는 제주바다 이야기 등이 남아 있다.

16∼19세기 서양의 해도에 그려진 제주의 모습은 이방인들에게 제주도와 제주바다가 중요한 공간으로 인식돼가는 과정이 드러난다.

2부는 바로 그 제주바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다.

어업에 사용했던 족바지와 자리눈, 태왁, 빗창부터 갈옷과 물허벅, 영등굿에 사용되는 무구들까지 옛 제주사람들의 삶의 양식을 엿볼 수 있는 민속품들이 전시됐다.

전시를 담당한 김진경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전시실 중앙 12m 길이의 '제주숨길'을 따라 제주바다로 깊이 들어가면 바다 한가운데 떠오르는 제주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11일까지 무료로 진행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다.

단,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이달 17일 월요일은 개관하며 18일 화요일 휴관한다.

관람은 국립제주박물관 누리집을 통해 사전예약해야 가능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