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과학이라는 발명·현대인족

▲ 성 인권으로 한 걸음 = 엄주하 지음.
'n번방 사건' 등 충격적 성범죄가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다.

근본 대책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25년 경력의 초등학교 보건교사인 저자는 이 문제의 바탕에는 '제대로 된 성교육의 부재'라는 현실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는 성범죄들이 증명하듯 한국의 성교육은 지금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성교육의 현실과 성 인식을 깊이 들여다봄으로써 성 인권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자신이 성교육을 해오며 경험했던 실제 사례들과 그 속에서 느낀 점, 부모와 교사들에 대한 제안, 성 인권교육의 방향 등에 대한 견해를 풀어놓는다.

초점은 '피해자가 되지 않기'가 아니라 '가해자가 되지 않기'다.

성폭력을 '당하지 말라' 대신 '하지 말라'로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을유문화사. 364쪽. 1만4천원.
[신간] 성 인권으로 한 걸음
▲ 집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 롭 던 지음. 홍주연 옮김.
집은 우리가 삶의 많은 시간을 보내는 보금자리다.

집이 담고 있는 의미도 다양하고 깊다.

이 책은 집 안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의미인 생태계에 주목한다.

집이란 우리 인간만의 거주 공간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생물이 내밀하게 공존하는 장소다.

미국 생물학자인 저자는 우리가 사는 집에 함께 사는 생물들을 소개하고, 창틀에서 샤워기에 이르기까지 집 안 구석구석을 살펴나간다.

그의 안내를 따라가노라면, 집에는 수많은 곤충은 물론이고,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 곰팡이 등 야생의 세계가 동거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까치. 368쪽. 1만7천원.
[신간] 성 인권으로 한 걸음
▲ 과학이라는 발명 = 데이비드 우튼 지음. 정태훈 옮김.
우리는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다.

언제부터, 어떻게 과학의 시대가 도래했을까? 영국 역사학자인 저자는 근대 과학을 지적·문화적으로 탄생시킨 과학혁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과학사학자들은 17세기 과학혁명의 신화를 해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고대로부터 '과학'적인 활동이 존재해왔으며 '혁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연속적이고 상대주의적인 견해가 기본적으로 잘못된 개념과 오해에서 비롯했다고 비판한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그 그림자 속에 살고 있는 근대 과학은 튀코 브라헤가 신성을 관찰한 1572년과 뉴턴이 '광학'을 출간했던 1704년 사이에 '발명'됐다고 밝힌다.

저자는 방대한 문헌을 바탕으로 1572년과 1704년 사이에 일어났던 일들을 탐색해나간다.

김영사. 1천16쪽. 4만3천원.
[신간] 성 인권으로 한 걸음
▲ 현대인족 = 존 리 지음. 임수진 옮김.
글로벌리즘 시대인 오늘날, 국가와 민족의 경계를 긋고 인종적 차이를 주장하는 것은 구시대적이고 비도덕적이라고 여기곤 한다.

하지만 국방력 강화, 국경의 재건, 나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시발점으로 의료방역을 중심으로 한 국가중심적 경계 짓기의 부활을 경험하며, '인간집단' 경계는 어떻게 규정되고 개인과 집단에 공유되는 것인지 다시 한번 질문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현대사회의 인식론적, 경험적 구축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며, 현대인들이 경험하거나 교육받은 '우리'가 대체 무엇인지 반추하게 한다.

그리고 종족, 민족, 인종 등의 개념이 어떻게 구축되고 대중화했는지 설명하며 현대의 '사회'적 뿌리를 추적해간다.

한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두 살 때까지 한국에 살다가 일본, 하와이, 미국 등을 전전해온 저자는 현재 미국 UC버클리 사회학과의 석좌교수로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소명출판. 632쪽. 2만7천원.
[신간] 성 인권으로 한 걸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