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근혜갤러리서 국내 첫 개인전
불타는 신문을 움켜쥔 사람들…팀 파르치코브 '버닝 뉴스'
새하얀 눈밭에 한 사람이 신문을 펴들고 섰다.

신문에는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른다.

얼굴까지 태울 듯한 기세로 불길이 치솟는다.

불과 하얀 눈이 강렬하게 대비한다.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개막한 첫 한국 개인전에 러시아 작가 팀 파르치코브(36)가 선보인 대표작 '버닝 뉴스'(Burning News) 연작이다.

현대인들은 정보의 홍수에 살아간다.

매일 뉴스가 쏟아지고 '가짜 뉴스'도 넘쳐난다.

과도한 뉴스에 노출돼 마비된 듯 무감각해진 현대인을 작가는 이러한 연출 사진으로 표현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현대인들은 범람하는 뉴스에서 어제 무엇을 봤는지, 좀 전에 무엇을 봤는지도 잊어버린다"라며 "종이매체 같은 전통미디어는 예전과 같은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불타는 뉴스'는 여러 가지를 떠올리게 한다.

얼굴로 손으로 불이 번져오는데도 끝까지 신문을 움켜쥔 사람, 배경인 눈밭은 동면에 들어간 듯 얼어붙은 현대인의 분별력과 감각을 잃은 모습을 부각한다.

불타는 뉴스는 가장 뜨겁고 중요한 뉴스라는 의미가 있지만, 전통매체의 쇠락으로도 읽힌다.

작가는 "이러한 현실을 이미지로 보여줌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고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고 말했다.

'버닝 뉴스' 연작은 팀 파르치코브가 2011~2013년 작업한 작품이다.

지난해 12월 런던 경매에 출품돼 1만625파운드(약 1천635만원)에 낙찰되며 호평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는 '불타는 뉴스'와 함께 작가의 또 다른 대표작인 '언리얼 베네치아'(Unreal Venice) 연작이 소개된다.

베네치아는 매일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 실제 거주민의 삶은 보이지 않는 도시가 됐다.

작가는 베네치아 주민들 삶으로 시선을 돌렸다.

주택 벽과 창문, 커튼과 빨래 등 일상적인 풍경을 담은 여러 사진을 조합하면 하나의 작품이 된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평범한 베네치아 주민들 삶의 현장이지만, 이를 모자이크처럼 모으면 화려한 색감을 뽐내는 추상 작품처럼 보인다.

대상은 다르지만 '불타는 뉴스'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팀 파르치코브는 러시아 신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2013년 베스트 영아티스트로 칸딘스키상을 받았다.

2011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참여하고 파리 퐁피두센터 그룹전에도 초청됐다.

영화를 전공한 그는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한다.

가장 존경하는 작가로는 백남준을 꼽았다.

전시는 다음 달 2일까지.
불타는 신문을 움켜쥔 사람들…팀 파르치코브 '버닝 뉴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