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띠 동물 중 ‘쥐의 신(子神)’을 그린 그림.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열두 띠 동물 중 ‘쥐의 신(子神)’을 그린 그림.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2019년 기해년은《주역》의 36번째 괘인 ‘지화명이(地火明夷)’에 해당하는 해였다. ‘명이’는 땅속에 태양이 들어가 있는 괘로서 밝은 빛이 상처를 입어 암흑의 시대가 된 것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 괘에는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정도(正道)를 지키고 스스로 광명을 안으로 감추면서 때를 기다리면 암흑이 광명으로 전환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올해 우리가 분명하게 깨달아야 할 것이 바로 이 점이다. 거듭된 좌절과 미망 속에서도 희망의 횃불을 놓지 않고 도리어 자신의 삶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소중한 계기로 삼는 지혜 말이다.

위태롭게 절벽에 매달려있는 쥐 형상

2020년 경자년(庚子年)의 천간 경(庚)은 양금(陽金)이며 일곱 번째 천간이다. 가을, 서방, 변경, 결단력, 의리, 논쟁, 비판 등을 상징하는 오행의 하나다. 경은 인력(引力)과 하강(下降)이라는 작용을 통해 만물을 바꾸고 단단하게 하는 살벌한 기운이다. 모든 생물은 경을 통하지 않고서는 결실이나 완성을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설문해자주》에서는 “경은 서쪽에 위치한다. 만물이 열매를 맺는 모양을 상형하였다”고 했고, 《오행대의》에서는 “경은 고치는 것이고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경(庚)은 오행으로는 금(金), 색깔로는 흰색을 나타낸다. 올해를 흰 쥐의 해라고 하는 까닭이다. 이 쥐는 게걸스러운 탐욕자, 간신배, 도둑놈, 난봉꾼, 사기꾼 등을 상징한다. 그런데 이 쥐는 곡식창고에 있지 않고 몹시 위태롭게 절벽에 매달려 있다. 이를 통해 올해 우리 경제가 매우 어렵고 힘든 국면으로 흘러갈 것 같고, 알량한 지위나 지식을 이용해 나라의 곳간을 거덜내는 들쥐 같은 정상배나 모리배들이 많이 출현할 것 같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올해에는 세상을 들끓게 하고 놀라게 할 크고 작은 일들이 나라 안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예감이 든다. 이는 경금(庚金)이 상생작용보다 상극작용을 더 좋아하며 죽이는 기운인 숙살지기(肅殺之氣)를 그 본성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금은 분산된 기운을 흡수하고 상승하는 기운을 하강시켜 생명체의 완성과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양금(陽金), 즉 단단하고 차가운 원석(原石)으로서 변혁과 결실, 실리주의, 비판력 등을 의미한다. 오행 가운데 조화(造化)가 제일 많은 경금은 지금까지의 관행이나 질서를 청산·개편해 새 판을 짜고자 하는 거시적인 혁명의 정신이 강하다. 기존의 법과 질서 및 원칙을 준수하려는 보수의 목소리는 약해지고 변화를 추구하는 불평과 불만의 목소리가 드높아질 것이다.

1인 크리에이터·홈쇼핑·예체능 활황

경자년은 천간 경금이 지지를 생하여 상관(傷官)이 되는 해이다. 상관은 길신인 정관성(正官星)을 극하고 박탈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상관의 마음을 갖게 되고 규범·규칙·법도에서 일탈해 자기 욕망과 능력을 과시하고 제멋에 취해 살려는 기운이 강해진다. 그래서 상관은 창의력, 표현력, 예술성, 사교성, 영웅심, 신기(神氣), 호기(好奇), 기술, 달변, 이상주의, 반항심, 반칙, 파괴, 무법자, 방종, 공격, 시행착오, 화려함, 구설수, 과대포장, 자유분방, 기발한 아이디어, 기획력, 자기과시 등과 관계가 깊다. 그 결과 새해에는 머리보다는 말과 가슴으로 하는 사업, 예를 들면 컨설팅, 1인 크리에이터, 홈쇼핑, 영화·예체능, 관광, 무역업, 투기나 도박, 물과 관련한 사업이 활황을 이룰 것 같다. 오는 7월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새로운 스포츠 스타들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상관의 기운은 오는 4월 총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기존의 정치 지형을 바꿀 신인이 많이 출마하게 될 것이며, 이들이 제시하는 기발한 정책이나 공약, 새로운 선거방식이 여성과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을 것 같다. 그러나 잘못하면 내용보다는 형식에 치우쳐 능력 있는 정치인보다는 권모술수에 능한 정상배들을 대거 국회에 보낼 수도 있다. 명리학에 의하면 흉신(凶神)인 상관을 제어하는 방법은 정인(正印)밖에 없다. 정인은 나를 낳은 기운으로서 어머니, 책, 공부, 문서, 도장, 연구, 학자, 스승, 지혜, 진리 등을 표상하는 10성(十星)의 하나다. 그러니 4월 선거에 대해 모두가 많은 공부와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정국 소용돌이로 불안한 국민들

경자년의 자(子)는 십이지지(地支) 가운데 첫 번째이며, 오행으로는 수(水)이다. 자는 음 가운데 양을 내함하고 있어 일양(一陽)이 처음 생기는 자리이다. 이는 자수(子水)가 양수이면서도 실제로는 음수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자수는 정북방(正北方), 음력 11월, 밤 11시30분에서 새벽 1시30분, 검은색, 소설과 동지, 묵지(墨池) 등을 표상한다. 자(子)라는 글자는 《갑골문》에 의하면 어린아이의 머리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고, 《설문해자》에 의하면 11월에 양기가 움직여서 만물이 새롭게 자라난다는 의미다. 이때의 자는 새끼 칠 자()로서 자손, 종자, 초목의 씨앗과 같은 의미를 나타낸다.

이렇게 보면 경자년은 십이지가 새로 시작되는 해이자 새로운 종자를 파종하는 해이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야 하는 해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2020년은 나라의 틀을 새롭게 짜기 위한 온갖 실험을 하는 해로서, 새로운 변화의 소용돌이가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 것 같다.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 방식이 계속되고 측근 비리나 하극상, 위법 행위가 꼬리를 문다면 대통령은 자칫 감당키 어려운 구설에 휘말릴 수도 있게 된다. 올해 대통령의 운이 사주로 볼 때 백호합신(白虎合身)해 본래의 자기, 즉 착한 본성을 망각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괴질·식중독 등 위생관리 힘써야

특히 올해 조심하고 방비해야 할 것들은 풍수재해, 이를테면 폭우로 인한 산사태, 해일, 지진 등을 비롯해 괴질, 대중음식점의 식중독 사건, 수돗물 오염사고, 해난사고, 냉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 등이 아닌가 한다. 경자년의 지지인 자수(子水)는 점성학에서 곤돈(困敦)이라 부르는데, 이 해에는 홍수가 지고 안개나 냉해가 많다고 하니 각별한 주의와 대비가 필요할 것 같다.

생존력 강한 흰 쥐의 해 庚子年…절망 속에서도 희망 놓지 말아야
사실 나라의 운은 대통령의 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운을 주역으로 풀어보면 안에서 집안을 바르게 다스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풍화가인괘(風火家人卦)이다. 이는 내실을 기하면 길운이 되고 외향에만 치중하면 흉운에 빠진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자기 혁신을 통해 정도를 지키고 순리를 따를 때 난국을 돌파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올바로 닦고 집안을 편안케 한 뒤에야 국정 운영도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다. 두터운 덕으로 만물을 품는 후덕재물(厚德載物)과 스스로 힘을 쓰며 쉬지 않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의 정신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송인창 < 대전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