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축의금 더 내지 않으면 남편한테 네 과거 폭로할거야"
A씨는 최근 친구의 장난 섞인 협박에 기분이 나빠졌다. 조건으로 내 건 것은 축의금. 그리고 볼모로 잡힌 것은 A씨의 과거였다.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한 A씨의 친구 B씨. A씨는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자신이 결혼할 당시 받았던 금액만큼 50만원을 축의금으로 냈다.

그러나 며칠 뒤 신혼여행을 다녀온 B씨는 무턱대고 A씨에게 축의금 금액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B씨는 "왜 50만원만 냈냐"면서 "10년 전 물가랑 지금이랑 같냐. 적어도 100만원은 해야 되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좌번호를 줄 테니 50만원을 추가로 더 보내라고 했다.

황당해진 A씨. 그러나 A씨를 더 분노케 한 것은 그 뒤에 이어진 말이었다.

"안 보내면 네 과거 남편한테 말할 거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건넨 말이었지만 조롱 섞인 B씨의 말투에 A씨는 기분이 상했다. 그리고 불현 듯 20대 때 원치 않는 임신을 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했던 게 떠올랐다. 숨기고 싶은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B씨가 유일했다.

A씨는 차라리 돈을 보내버리면 찝찝한 마음을 털어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전업주부로 남편에게 생활비를 받아 쓰는 입장이라 이 또한 여의치 않았다.

A씨는 10년이 지났으니 축의금을 두 배로 내야한다며 과거를 들먹이는 친구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방법을 찾지 못해 답답하기만 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친구가 문자한 거 다 남겨두고 이혼 당하면 위자료 청구한다고 해라", "결혼 전에는 모든 걸 다 밝히는 게 좋은 듯", "차라리 50만원 더 주고 인연 끊는 게 낫겠다", "이건 완전 협박 아니냐", "친구의 약점을 건드리는 건 잘못됐지만 50만원 내고 다른 거라도 더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100만원 요구는 너무했지만 10년 전이랑 똑같이 내는 건 성의가 없어 보이긴 한다", "속이고 결혼한 것도 문제다", "이걸로 평생 협박당할 수도 있을 듯"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최근 스몰웨딩 등 결혼식을 간소화하는 분위기가 정착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결혼식으로 인한 지출에 부담을 느끼는 직장인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축의금, 얼마면 되겠니?'를 주제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9명이 지인의 결혼식 참석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부담요소로는 '경제적인 부담'(45.6%)이 1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축의금 액수를 정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잡코리아가 진행한 또 다른 설문조사에 의하면 친분이 90.6%(복수응답)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상대의 직급·위치 등 나와의 관계를 고려한다는 응답도 40.4%였다. 이 외에도 내가 받은(받을) 경조사비 액수(27.7%), 동행·동료들의 축의금 규모(22.7%), 행사의 성격(17.8%), 식에 참석해 밥을 먹는지 여부(14.4%) 등이 답변으로 나왔다.

한편 일부 네티즌들은 해당 사연에 '협박죄', '공갈죄' 등으로 고소할 것을 제안했다. 협박죄와 공갈죄는 협박행위를 통해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불러 일으킨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성립요건, 처벌수위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먼저 공갈죄는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득, 또는 제3자로 하여금 이득을 취할 경우 성립한다. 사람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는 등으로 재산상의 이익을 얻게 하는 범죄다.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협박죄는 타인을 협박함으로써 성립되는 범죄로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유발하거나, 협박에 의해 의사결정권을 침해할 경우 성립된다.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갖게 되어야 성립되며, 해악의 고지를 인식하였으나 그 해악을 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죄가 성립할 수 있다. 이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협박죄의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면 감형되거나 처벌이 내려지지 않지만, 공갈죄는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기 때문에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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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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