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인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에서 동양인 최초로 제2바이올린 악장 자리를 꿰차며 세계의 주목을 받은 한국인 연주자가 있다. 따뜻한 음색과 선명한 기교로 평단의 호평을 받는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다. 그는 오이겐 요훔, 마리스 얀손스 등이 이끈 이 악단에서 바이올린 부문 최초의 여성 악장이란 타이틀을 단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이지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국 보스턴 뉴잉글랜드콘서바토리, 독일 크론버그아카데미와 뮌헨국립음대 등에서 수학했다. 2005년 사라사테 국제콩쿠르, 2009년 레오폴트 모차르트 국제콩쿠르에서 연이어 우승을 차지해 이름을 알렸다. 이후 아우크스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챔버 오케스트라 등 해외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명성을 쌓아왔다. 2013년 아우크스부르크 필하모닉에서 악단 역사상 최연소 악장으로 임명된 그는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등 거장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이지혜는 오는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에서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정명훈, 첼리스트 문태국과 함께 협연자로 나설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브람스의 교향곡 네 편은 그 자체로 뚜렷한 인생 드라마다. 달콤하고 신나는 멜로디와 리듬은 적지만 쌉싸래하고 심오한 세계에 심취하면 다른 음악이 방해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래서 음반으로는 CD 두 장 또는 석 장을 연속으로 듣는 일이 많다.클래식 공연에서 이렇게 연속으로 브람스에게 풍덩 빠질 수 있는 경험은 드물다. 중간에 서곡과 협주곡이 끼기 때문에 끊기기 마련이다. 지난 3일 예술의전당, 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윤한결이 지휘하고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이 브람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한 것은 첫날 3번과 1번, 둘째 날 2번과 4번을 연속으로 선보인 야심 찬 기획이었다. 작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주관하는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받은 윤한결을 재발견하는 기회였다. 플루트 돋보인 3번 1악장브람스 교향곡 3번 1악장을 윤한결이 온몸을 써가며 뜨겁게 시작했다. 커다란 힘이 무대 위를 휩쓸면서도 정연한 질서는 잃지 않았다. 이틀 내내 목관 악기 주자들이 연주를 펼쳤는데 1악장에서 구두점을 예쁘게 찍는 듯한 플루트의 활약이 돋보였다.2악장 안단테는 근래 들어본 교향곡 3번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 꿈과 환상이 잿빛 햇볕을 쏘이는 먼지처럼 아른대는데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가을볕이 기울어가는 느낌이었다.유명한 3악장 포코 알레그레토는 템포 설정이 돋보였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주제 선율이 폐부를 찌르며 들어왔다. 내성적인 호른은 마치 겹겹이 진 붉은 노을처럼 뭉근하게 도드라졌고 느릿한 템포에 나른해졌다.마지막 4악장은 씩씩한 발산이었다. 불필요한 힘을 빼고, 마치 새 둥지를 지키듯 섬세하게 내성 구조를 유지하는 윤한결 지휘의 묘미를 맛
로마 한복판에 있는 ‘테아트로 아르젠티나(Teatro Argentina)’는 1732년 세워졌으며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이다. 희극 오페라를 대표하는 걸작 ‘세비야의 이발사’가 1816년 초연되는 등 400년 가까이 엄선된 작품만 무대에 올렸다.4일(현지시간) 아르젠티나 극장이 이탈리아인의 박수갈채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주인공은 국악 공연 ‘세자의 꿈’이었다. K팝이 아니라 생소한 한국 전통 가락과 춤사위로 이뤄진 작품인데도 이탈리아 관객에게 “아름답다”는 극찬을 받았다.‘세자의 꿈’은 올해 한국과 이탈리아의 ‘상호 문화 교류의 해’를 알리는 공식 개막 공연으로 국립국악원이 기획한 해외 초연 작품이다. 전날인 3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마리아 트리포디 이탈리아 외교부 차관과 로마에서 만나 문화 분야 협력 강화를 약속하는 양해각서를 맺었는데, 그 첫걸음이다.K팝과 영화 같은 흥행이 보증된 콘텐츠 대신 한국 문화를 알리는 시발점으로 국악과 무용을 섞은 공연을 선보인 전략은 신선했다. 이날 6층 높이 오디토리엄에 마련된 좌석 700개가 빈자리 없이 꽉 들어찼다. 문체부에 따르면 20~30유로짜리 티켓이 열흘 만에 모두 팔렸다.이날 극장을 찾은 관객은 조선시대 궁중 의복을 입고 무대에 선 배우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꽹과리, 장구, 북, 소고 등을 연주하는 풍물놀이를 무대화한 놀이춤 ‘판굿’이 벌어지고, 묘기에 가까운 상모돌리기가 이어지자 관객도 함께 소리를 질렀다. 1시간30분가량 이어진 공연이 끝나자 대다수 관객이 일어나 박수를 쳤다.이날 공연에선 유인촌 장관이 한복을 입고 손님을 맞이해 눈길을 끌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