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도둑의 시선으로 본 도시의 이면
《도둑의 도시 가이드》는 건축가와 건물주, 거주민의 시각에서 벗어나 도둑, 경찰, 건물관리인, 보안전문가 등 숨은 전문가의 시선으로 도시를 재조명한다. 2000여 년간 이어져 온 건물 침입의 역사를 아우르면서 도둑들이 건축물 및 도시 설계를 활용한 방법과 여기에 맞선 공권력의 대처법들이 ‘도시 진화의 동력’이라는 시각에서다.
도둑은 어떻게 보면 건축을 가장 잘 이해하는 자들이다. 건물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무단으로 들락거리고, 건물의 한계를 부숴버린다. 도둑에게 건물이란 화재 대피로와 비상계단, 창틀과 방충망을 설치한 베란다, 애완동물 출입구와 환기구가 마치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연결돼 무한히 돌아가는 공간이다. 저자는 할리우드 영화 ‘오션스일레븐’ ‘이탈리안 잡’ 등에 영감을 준 미국 대도둑들의 실화를 통해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도시의 이면을 흥미롭게 알려준다. (제프 마노 지음, 김주양 옮김, 열림원, 352쪽, 1만5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
기사 스크랩
-
공유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