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장님이 눈을 떴다는 개안마루/사진=연천군청 제공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장님이 눈을 떴다는 개안마루/사진=연천군청 제공
군사지역이라는 편견 때문일까? 경기 연천을 여행하다 보면 왜 이 지역이 여행지로 각광받지 못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름다운 한탄강이 흐르는 연천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이다. 풍광이 수려한 경승지이자 구석기시대의 유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역사여행지, 남북분단의 현실을 체감할 수 있는 안보관광지다. 다양한 매력을 품은 땅, 연천으로 떠나자.

자연이 만든 신비로운 풍경, 주상절리

화산이 만든 계곡 지형이 있는 연천군은 ‘지질 교과서’라고 불린다. 연천 땅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주상절리가 대표적이다.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동이리에도 주상절리가 있다. 임진강 주상절리는 높이 40m, 길이 1.5㎞에 달한다. 강을 따라 가다보면 병풍처럼 펼쳐진 수직 절벽을 감상할 수 있다. 비가 내린 뒤에는 절벽에 수십 개 폭포가 생겨 커다란 물줄기를 쏟아낸다.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합수머리(도감포)에서부터 임진강을 거슬러 4㎞에 걸쳐 발달한 주상절리는 홍적세 중기(100만~1만년 전) 무렵 철원 북쪽에서 용암이 분출하며 형성됐다고 한다. 이에 따라 철원·연천 일대에 넓은 용암대지가 형성됐는데 화산활동이 끝난 뒤 용암대지가 강의 침식을 받아 기하학적인 형태의 현무암 주상절리가 완성됐다.

최근 임진강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연강나룻길이 생겨났다. 물론 임진강 전 구간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은 아니지만 군남댐에서 시작해 옥녀봉·태풍전망대까지 이어지는 24㎞ 코스로 1박2일 정도 임진강을 구경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구석기시대의 유물 ‘주먹도끼’ 발견지

전곡선사박물관
전곡선사박물관
연천에는 오래전부터 한반도에 사람이 살았음을 증명하는 공간이 있다. 연천 전곡리 유적(사적 제268호)이다. 이 유적은 1978년 주한미군으로 온 그렉 보웬이 석기의 양면을 가공해 다듬어 찍고 자르는 기능을 모두 갖춘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발견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전곡리 유적에서는 1979년부터 현재까지 20여차례에 걸친 발굴조사를 통해 8000여점의 구석기 유물이 발견됐다.

전곡리 유적은 세계 고고학의 역사를 바꾼 사건이 됐다. 아시아에서는 복잡한 형태의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미국 고고학자 H 모비우스 교수의 ‘구석기 이원론’이 뒤집히는 결정적 계기였기 때문이다. 전곡리의 주먹도끼가 세계 구석기 지도를 바꾼 것이다.

전곡리 유적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전곡선사박물관에서 살펴볼 수 있다. 2011년 4월 개관한 전곡선사박물관은 전곡리 구석기 유적의 영구적인 보존과 활용을 위해 건립됐다. 원시 생명체의 신비로운 곡선을 모티브로 건립된 전곡선사박물관은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야외 체험장으로 구성돼 있다. 실물 비례의 다양한 구석기시대 조형물과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이 쉽고 즐겁게 선사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체험형 박물관이다. (031)830-5600

북한 땅 생생히 볼 수 있는 태풍전망대

분단의 현실을 피부로 느끼려면 태풍전망대로 가야 한다. 육군 28사단(태풍부대)이 관리하는 전망대는 비끼산 정상 수리봉에 있다. 북한과 가장 가까운 전망대로, 휴전선까지 800m, 북한 초소까지 1.6㎞에 불과하다. 맑은 날에는 개성이 보인다. 전망대 앞으로 남방한계선의 철책이 길게 늘어섰고, 그보다 멀리 북방에 휴전선이라 부르는 군사분계선이 있다.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2㎞ 사이에 국군과 북한군의 관측소와 초소가 빼곡하다. 사소한 움직임도 금방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시야가 확 트였다.

전망대 너른 터에는 장병이 종교 활동을 할 수 있는 교회, 성당, 성모상, 법당, 종각 등이 있고 6·25전쟁 전적비, 소년전차병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전시관에는 임진강 필승교에서 수습한 북한 사람들의 생필품과 일용품, 휴전 뒤 여러 차례 침투한 무장간첩들의 침투 장비 일부가 전시돼 있다.

태풍전망대에서 내려오면 임진강 평화습지원이 있다. 군남홍수조절지로 인해 두루미의 천연 서식지가 사라져 새로 조성한 인공 습지다. 두루미의 먹이가 되는 율무를 재배하는 밭도 있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이 대치한 현실을 확인할 수 있는 곳으로, 망원경 등의 장비는 갖추지 않았지만 우리 군 관측소와 북한군 관측소의 거리가 가까워 북한 땅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연천=최병일 여행·레저 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여행메모 - 연천전곡리구석기축제

구석기 바비큐체험
구석기 바비큐체험
구석기문화축제인 제24회 연천전곡리구석기축제가 오는 5~8일 ‘전곡리안의 귀환’을 주제로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 및 전곡읍 일원에서 열린다. 한반도의 구석기문화를 포함해 세계에 흩어져 있는 구석기문화를 두루 접할수 있는 축제다.

연천구석기축제는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는 체험형 축제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에는 환영마당, 연천마당, 공연마당, 체험마당 등으로 꾸며져 구석기문화를 직접 보고, 느끼고, 배우는 체험 프로그램 비중이 늘어났다. 축제가 시작되는 5일에는 ‘인류문명의 탄생과 진화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지역민이 함께 참여하는 구석기 퍼레이드가 열린다.

[여행의 향기] 주먹도끼 만들고 화덕에 고기 굽고…그 옛날 그랬듯…구석구석 시간여행
축제 기간 운영되는 세계 구석기 체험마을은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일본, 대만 등 5개국에서 10개의 선사체험 및 문화, 박물관 관련 기관이 참가해 선사문화 체험, 각국의 원시·고대의 민속체험, 고고학 체험, 선사 체험 시연 등을 선보인다. 500여명이 동시에 참가해 주먹도끼를 직접 만들고 고기를 잘라 대형 화덕에 구워 먹는 구석기 바비큐 체험도 이색적이다. 어린이노래자랑, 전곡리안 패션왕 선발대회, 가족운동회 등 다양한 참여형 공연도 열린다.

어린이날에는 버블쇼, 매직쇼 등 어린이를 위한 특별 공연이 펼쳐진다. 구석기축제추진위원회 (031)839-25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