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도서관 서예반 회원들이  서예한국화교실에서 붓글씨를 연습하고 있다. 무등도서관 제공
무등도서관 서예반 회원들이 서예한국화교실에서 붓글씨를 연습하고 있다. 무등도서관 제공
“서예에 몰두할 때는 잡념이 사라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요즘 글씨 쓰는 재미에 삽니다.”

광주광역시립 무등도서관에서 만난 시민 나기 씨(72)는 이렇게 말하면서 밝게 웃었다. 도서관 지하 1층은 컴퓨터교실, 어울림방 등 이용객을 위한 열린 공간이다. 이 중 서예한국화교실은 나씨를 비롯해 동호회원 50명이 매주 화·목요일 두 차례 모여 서예 삼매경에 빠져드는 곳이다.

2012년 조선대 공대 기계설계과 교수직을 은퇴한 그는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고자 우연히 찾은 도서관에서 서예를 알고부터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며 “요즘은 동호회원들이 함께 차를 마시고 산행도 하는 동반자로 발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010년부터 광주 대표 도서관으로 자리잡은 무등도서관은 동아리 활동이 활성화된 곳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자발적으로 결성돼 활동 중인 동아리는 12개. 글사랑독서회 1·2기, 어린이독서연구회, 책으로 여는 유쾌한 세상, 고전읽기반, 힐링 독서회, 직장인 독서토론반 등 독서 동아리 7개와 서예, 한국화, 한문, 손뜨개 등 문화 동아리 5개다.

도서관의 교양강좌 프로그램이 동아리 결성의 토양이 됐다. 1981년 개관한 무등도서관은 ‘시민의 행복한 미래를 창조하는 도서관’이란 기치에 걸맞은 프로그램을 찾다 1993년부터 서예, 한국화를 시작으로 다양한 문화강좌를 열고 있다. 인기를 끈 강좌는 종강을 아쉬워한 수강생들에 의해 동아리 모임으로 지속됐다. 지난해 7월 결성된 ‘무소영반’도 강사인 영화평론가 조대영 씨가 수강생들의 요청으로 동아리 회장을 맡으면서 결성됐다. 무소영은 ‘무등도서관 소설, 영화를 만나다’의 줄임말이다.

동아리 활동은 전시회 등으로 결실을 보고 있다. 23년 역사를 지닌 서예반과 한국화반은 전국 규모 전시회를 비롯해 시·도전 30회 이상 입상자와 전문 작가 및 심사위원을 배출하는 지역예술인 등용문으로 발전하고 있다. 22일 오후 5시에는 광주 유스퀘어 금호갤러리에서 산수·사직도서관과 함께 ‘시립도서관 동아리 작품전’을 처음 열어 그동안의 활동을 정리하는 기회도 가진다.

안미영 무등도서관장은 “동아리 활동 활성화는 도서관이 평생학습기관이란 제 모습에 한발 더 다가가는 과정”이라며 “올 하반기에는 독서 관련 동아리 활동성과 발표회를 열고 동아리 소식지를 발간하는 등 활성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