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까지 노화랑에서 개인전을 여는 극사실주의 화가 박성민 씨.
오는 19일까지 노화랑에서 개인전을 여는 극사실주의 화가 박성민 씨.
“차가운 얼음의 기운이 피부에 닿으면 소름이 쫙 끼치죠. 누구나 그 기묘한 기분을 기억할 겁니다. 얼음처럼 냉혹한 현실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림으로 위로하고 싶습니다.”

오는 19일까지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개인전을 여는 극사실주의 화가 박성민 씨(47)는 “얼음 속에 갇힌 생명을 붓끝으로 되살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불굴의 의지를 불어넣어주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씨는 얼음 속에 피어난 꽃이나 식물을 사진보다 정교하게 그리는 극사실주의 화가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그는 제23회 대한민국미술대전(2007년)에서 대상을 받았다. 2002년 5월부터 그려온 ‘아이스캡슐’ 시리즈가 전시 때마다 불티나게 팔려나가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3년 만에 여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빨간 희망’. 얼음 속에서 찬란하게 핀 꽃과 식물, 딸기 등을 그린 근작 아이스캡슐 시리즈 20여점을 걸었다.

투명한 얼음 속에 청초한 청미래 이파리, 덩굴 잎, 빨간 딸기 등을 도자기 그릇에 담아낸 박씨의 작품은 바탕의 흰색, 빨간색과 어우러지며 극사실주의 화풍의 싱그럽고도 세련된 미감을 선사한다.

왜 얼음이라는 소재를 모티브로 삼았을까. 박씨는 “얼음이야말로 물질의 원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대상”이라며 “고체로서의 얼음은 존재에 대한 고정된 기억을 환기하는 동시에 기체와 액체의 물성을 갖고 있어서 곧 날아가 사라져버리는 기억의 속성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얼음을 뚫고 뻗어나온 푸른 잎사귀와 딸기, 블루베리 송이들은 차가운 현실(얼음)에서 고난과 역경을 딛고 피어난 생명력으로 다가온다. 캔버스 대신 알루미늄판을 활용하기도 하는 박씨는 올해 초부터 현대 도자기나 자동차를 끌어들여 작품에 변화를 주고 있다. 1950년대 할리우드 고전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클래식 자동차와 얼음을 접목해 관람객에게 밝고 긍정적인 기운을 전해주고 싶어서다. 유럽의 어느 도시를 달리는 듯한 자동차 위에 실린 얼음과 딸기, 식물은 회색과 녹색, 빨간색 등 색감의 대비 효과를 드러내며 조곤조곤 말을 걸어온다. (02)732-35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