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앨범 ‘잇츠 낫 투 레이트(It’s not too late)’로 33년 만에 돌아온 가수 김추자가 2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 앨범 ‘잇츠 낫 투 레이트(It’s not too late)’로 33년 만에 돌아온 가수 김추자가 2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음악이 흘러나오자 그는 눈을 지긋이 내리깔았다.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는 그에게 ‘33년의 공백’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1970년대 한국 음악계를 강타한 ‘원조 섹시 디바’ 김추자가 33년 만에 새 앨범 ‘잇츠 낫 투 레이트(It’s not too late)’를 들고 돌아왔다. 2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복귀 기자회견에서 김씨는 “오랜 세월 한결같이 저를 사랑해주신 팬들에게 보답하려고 더 늦기 전에 다시 돌아왔다”며 “30년 넘게 평범한 아내, 엄마로 살다가 다시 무대에 선다는 생각을 하니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밝혔다.

1969년 ‘늦기 전에’로 데뷔한 김씨는 ‘커피 한 잔’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거짓말이야’ ‘님은 먼 곳에’ 등을 잇따라 히트시켰다. ‘신중현 사단’의 대표적 가수로 활동하며 당시 생소했던 솔(soul), 사이키델릭 음악 등을 선보였다. 독특한 창법과 세련된 무대 매너 등으로 가요계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란 말이 회자될 정도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김추자는 한국 음악계에 처음으로 서구적 음악을 선보인 가수”라며 “남진·나훈아 라이벌, 조용필, 서태지 등과 마찬가지로 음악계를 넘어선 ‘사회적 현상’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1980년 정규 5집을 발표한 뒤 1981년 결혼과 함께 가수 생활을 중단했다. 그는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서 노래할 때가 가장 좋았다”며 “환호 대신 ‘간첩이다’ ‘(안기부가 있던) 남산에 가라’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노래를 하고 싶었겠는가”라고 회고했다. 김씨가 1970년대 ‘거짓말이야’로 활동할 당시 선보였던 독특한 손동작이 북한에 보내는 수신호란 오해를 받았다. 그의 복귀 결정에는 딸의 영향이 컸다.

“어느 날 딸이 그러더라고요. 좋은 재주를 갖고 있는데 아끼면 뭐하느냐, 엄마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은데 지금 노래를 들려주지 않으면 나중에 죄를 지었다고 뉘우칠 거라고요.”

가수 활동은 그만뒀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고스란히 간직했던 그다. 김씨는 “집안 곳곳에 라디오를 틀어놓고 항상 음악을 듣고 따라 불렀다”며 “가족들이 ‘엄마가 노래에 미친 모양’이라고 말할 정도의 생활을 20년 가까이했다”고 털어놓았다. 춤 연습도 빼놓지 않았다. 좋은 노래가 나오면 거울을 보면서 ‘음악이 시키는 대로’ 춤을 췄다는 것. “노래를 부를 때마다 ‘내가 부르면 이런 스타일로 부를 텐데’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30여년 만에 녹음을 했지만 노래가 어렵지는 않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내달 2일 발매를 앞둔 이번 앨범에는 ‘록의 대부’ 신중현이 만든 김씨의 미발표곡 5곡 등 9곡을 담았다. 타이틀곡 ‘몰라주고 말았어’는 펑키한 리듬이 인상적인 록음악이다. 김씨 특유의 ‘탁성’은 여전했다.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스스로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이 임씨의 평가다.

공연도 연다. 내달 28, 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늦기 전에’란 타이틀로 콘서트를 열고 오는 7월6일 춘천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 계획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