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9초영화제' 시상식] 한식 주제로 '맛있는 경쟁'…젊은 영상미학 돋보였다

['2013 29초영화제' 시상식] 한식 주제로 '맛있는 경쟁'…젊은 영상미학 돋보였다
한국 남자가 해외 동포인 아내에게 김치와 찌개를 만들어 내놓자 매워서 못 먹겠다고 한다. 다음 장면에서 남자는 퇴근길에 덜 매운 떡볶이를 사오고, 아내는 인터넷을 뒤져 매콤한 떡볶이를 만들어 준다. 한국음식의 세계화는 상대방의 취향을 이해하려고 할 때 가능해진다는 메시지를 담은 정재준·이태훈 감독의 29초짜리 영화 ‘매워도 다시 한번’이다.


지난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3 29초영화제’ 시상식에서 이 작품으로 영예의 일반부 대상(한식재단 이사장상)을 받은 이들은 “수상 소식이 들리지 않아 체념하고 집에 가려 했는데 대상을 받게 돼 정말 기쁘다”며 “한식 세계화 사업을 공부한 뒤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2013 29초영화제' 시상식] 한식 주제로 '맛있는 경쟁'…젊은 영상미학 돋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이 주어지는 청소년부 대상은 임하은 감독(카파국제고3)의 ‘미스김, 그 치명적인 매력’에 돌아갔다. 두 외국인이 식탁에서 김을 먹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임 감독은 “대학 수시모집에 떨어져 슬펐는데 이 상이 큰 위로가 됐다”며 “원래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고 싶었는데 이 작품을 만들면서 극영화 감독의 꿈도 꾸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하고 한식재단이 후원한 이번 영화제(총상금 2000만원)는 ‘나의 한국음식’을 주제로 출품한 691편 가운데 10개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각종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꼭두각시놀이처럼 재미있게 그린 한재빈 감독의 ‘한국의 맛’과 어린 딸이 아픈 엄마를 위해 죽을 끓이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통해 정성이야말로 최고의 음식이라고 전하는 박선용 감독(중앙고)의 ‘정성스레’가 일반부와 청소년부 최우수상을 각각 차지했다.

느끼한 서양음식 먹은 것을 친구들에게 자랑하다가 나중에 담백한 한식으로 속풀이하는 모습을 보여준 김성훈 감독의 ‘당신들의 이중성을 업로드하시겠습니까?’, 2023년 미국 학생 제인은 소풍날 김밥을, 중국 학생은 생일에 미역국을, 인도인은 아플 때 전복죽을 먹는 시대를 묘사한 이채영 감독(이대병설미디어고)의 ‘한식, 세계를 맛들이다’가 일반부와 청소년부 우수상을 받았다.

일반부 특별상은 한식 빨리 먹기 대회에 참가한 일본과 중국 선수들이 맛을 느끼면서 갑자기 속도가 느려지는 상황을 재치 있게 묘사한 고희섭 감독의 ‘SLOW FOOD’, 맛있는 음식을 탐하는 마음을 도둑과 비교한 ‘너가 나랑 다를 게 뭐야?!’에 각각 돌아갔다.

청소년부 특별상은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통해 정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담은 이형진 감독(경기영상고)의 ‘모정’(慕情)’, 어머니의 온정이 담긴 된장찌개로 부모님의 소중함을 표현한 이충희 감독(대전고)의 ‘눈물소금’이 차지했다.

시상자로 나선 김홍우 한식재단 사무총장은 “김치와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영화제를 열게 돼 뜻깊다”며 “수상작들은 한식에 관한 또 하나의 콘텐츠로 해외에서 열리는 한국음식 행사에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29초영화제 응모작이 늘어나 지난 3년간 신청작품이 1만건이 넘었다”며 “감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세계 최고 영상인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