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빵이 얼마나 쓰고,다른 사람의 계단이 얼마나 가파른지 그대 스스로 겪어 봐야 알 것이다. '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구절이다. 단테는 인간의 교만과 교회의 세속화,황금 만능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대성당을 옆에 두고도 작은 골목 교회에 다닐 정도였다. 그런 그가 사랑하는 베아트리체를 '수전노'에게 빼앗긴 뒤 그 아픔을 삭혀 낸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몇 년 전,단테의 생가가 있는 피렌체를 찾았다. 두오모 광장 옆에 있는 석조 건물.연인을 평생 잊지 못하고 밤새워 시를 쓰며 슬픔을 달래던 곳이다.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슬픔에는 '9'라는 숫자가 얽혀 있다. 그는 베아트리체가 '아홉 살 소녀'였을 때 처음 만난 후 9년 뒤 재회했으나 생이별해야 했다. 《신곡》도 99개의 곡과 1개의 서곡으로 구성했다. 그는 가장 크고 완벽한 숫자인 9로 사랑의 아픔을 승화시키고 불멸의 역작을 완성했다. 피렌체 시내를 가로지르는 강물처럼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것.다른 사람들의 '눈물 젖은 빵'과 '가파른 계단'을 잊지 말라는 그의 가르침은 7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를 겸허하게 만든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