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키가 동경했던 최고의 여성은 루이 14세의 부인 맹트농이었다고 합니다. 폐경기를 넘긴 나이에 루이 14세와 비밀 결혼식을 올린 맹트농 부인은 일흔다섯 살 때에도 '밤마다 잠자리를 졸라대는 국왕 때문에 사제에게 하소연할 정도'로 매혹적이었습니다. 그것은 부드러우면서도 지적인 원숙미 덕분이었지요.

논설위원이자 미디어 컨설턴트인 해리엇 루빈은 《시간을 정복한 여왕들》(김영사 펴냄)에서 나이에 상관없이 최고가 된 여성들은 '원숙함'을 지녔다고 얘기합니다.

그가 드는 원숙한 여인의 대명사는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짓는 모나리자입니다. 아울러 '시간은 여자를 강인하게 단련시킨다' '한 번의 미소가 열 번의 전쟁보다 가치 있다' '분노를 참고 때를 기다리는 지혜를 터득하라' 등의 10가지 자기발견법을 권합니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한 '모나리자 전략'이지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약해지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나이가 들어도 여성성을 발산해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그가 새로운 삶의 변곡점을 마련하라고 강요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시간과 '협정'을 맺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여유를 찾으라고 조언합니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가 긴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녀는 벌써 쉰 살이었지만 그것을 눈치 채지는 못했다. 당신도 기나긴 청춘의 잠에 빠져 있다가 쉰 살이 돼서야 잠에서 깨어난 것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만약 당신이 아무런 일도 하지 않기로 선택했다면 그것을 행복하게 받아들여라.전설이 되는 기술은 곧 또 다른 하루를 살아가는 기술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시간과 협정을 맺게 된다. '

그렇습니다. 불혹의 나이에 등단한 소설가 박완서와 마흔 살에 줄리엣 역할로 무대에 선 발레리나 강수진을 떠올려보세요. 시간에 순응하며 그 속에서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키워낸 '중년의 여왕'들은 언제 어디서나 가장 큰 빛을 발합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