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참 어렵고 복잡하다고 생각하던 소설가 김홍신씨(62)는 이 한마디에 고개를 숙였다. "세상이 복잡한가,머릿속이 복잡한가?"

김씨는 "세상을 탓하는 게 훨씬 쉬웠기 때문에 제 머릿속이 복잡할 뿐이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고 깨닫는다. 이처럼 마음가짐에 따라 세상살이가 꼬이기도 풀리기도 하는 법이다.

지난해 대중을 상대로 100회 넘게 강연한 내용을 다듬어 출간한 에세이집 《인생사용설명서》에서 그는 '나는 누구인가''왜 사는가''지금 괴로운 이유는 무엇인가' 등 누구나 품어봤을 법한 의문 7가지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죽는 날에도 담배를 입에 물고 죽겠다>는 수필을 쓸 만큼 애연가였던 그는 "아주 뜨거운 물잔은 얼른 내려놓으면 되는데,붙잡고 어쩔 줄 모르니 델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듣고 단번에 금연한 과거를 공개하며 이렇게 말한다. '세상은 뱃심으로 살아야 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우리의 의지가 아니지만,헤쳐나가야 할 미래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할 우리의 것입니다. '

벌레들이 알아들을 리 없음에도 "얘들아,뜨거운 물 뿌린다,워이워이"라고 외치며 뜨거운 개숫물을 마당 한편에 버리던 할머니의 모습에서도 인생의 지혜를 찾아낸다. '사람에게 유익한 미생물만 있으면 좋을 것 같지만 유해한 미생물이 사라지면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세상은 모두 더불어 살아야 합니다. 하물며 사람임에랴?m"

책 제목을 '인생사용설명서'로 붙인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생사용설명서의 첫머리에는 분명히 자신을 먼저 지극히 사랑하라는 말이 적혀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