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동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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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친딸', '뇌섹녀', '프로N잡러' 이미 많은 수식어가 붙는 서동주이지만, 최근 그의 '업'이 하나 더 추가됐다. 2년 동안 준비했던 화장품을 최근 선보이게 된 것. 국제변호사이면서 에세이 집필, 방송에 유튜브, 음원 발매까지 다채로운 활동을 이어온 서동주는 "원래 수면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잠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며 "많이 바쁘고, 항상 시간이 부족하지만, 하루하루 해야 할 일을 해나가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 같다"면서 환한 웃음을 보였다.

유명 방송인 부부의 자녀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서동주의 다채로운 이력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쳤지만, 예원학교에서는 미술을 전공했고, 미국으로 유학해 웨즐리대에 진학한 후엔 수학에 심취해 MIT에 편입했다. 이후 펜실베이니아 경영대학원 와튼스쿨 박사 과정을 마치고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됐다. 미국 5대 로펌 중 하나인 퍼킴슨코이에서 특허 관련 업무를 맡다가 코로나19 시기와 겹치면서 한국으로 거주지를 옮긴 서동주는 "세상에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그 관심을 꾸준히 이어가다보니 다양한 기회를 갖게 됐다"며 "화장품에 관심을 갖게 된 후 직접 제조사를 찾아보고, 전화를 걸어 미팅을 잡곤 했다. 이렇게 오래 걸릴지 몰랐는데, '이게 과연 될까' 싶었던 시간을 지나 제품이 출시되니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공동 대표로 이름을 올리면서 제품 테스트뿐 아니라 브랜드 이름, 로고, 최근 개설한 판매 페이지 디자인까지 제가 관여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며 "생각보다 기간이 길어지면서 투자금도 적지 않게 들어갔다. 그야말로 '내돈내일'이다"면서 웃었다.
/사진=서동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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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미국에서 변호사 일을 하다 온, 방송도 하면서 이제 사업가가 된 서동주입니다. 거창하게 말하려니 부끄럽네요.

▲ 지금까지도 많은 일을 해왔는데, 왜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게 됐을까요?

이전부터 화장품에 관심이 있었지만, 엄마(서정희 분)가 아프게 된 후, 암 환자도 바를 수 있는 순한 제품에 더 관심이 가더라고요. 저는 관심 사안이 생기면 직접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내는 스타일이거든요.(웃음) 화장품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자고 마음먹고, 공부를 시작하면서 제조사에 직접 전화해서 미팅을 요청하기도 했어요. 그 시기 만난 분 중 한 분이 립 제품을 만드는 분이셨는데 '립밤도 입술에 바르면 그 성분이 일주일 정도 몸에 남아있다'는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환자들이 뭘 바르느냐가 중요하다고요. 그렇게 친환경, 유기농 제품을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고, 엄마의 오랜 지인이었던 프랑스에서 화장품을 제조하시던 공동 대표님을 만나게 됐어요. 대표님께서 10여년 전에 엄마에게 '같이 브랜드를 만들어보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는데, 그때 엄마는 부담스럽다고 거절하셨데요. 그런데 시간이 흘러 딸이 화장품에 관심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얘기해보니 '아예 모르는 애는 아니구나' 싶으셨나 봐요.(웃음) 그래서 빠르게 협업이 진행됐죠.

▲ 연락하기에 앞서 거절당하진 않을까 주저함은 없었나요?

정말 신기한 게 '그런 지식, 정보는 자산이니 절대 알려주지 않을 거야' 생각하기 쉬운데, 막상 연락하면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좋은 말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고요. 물론 부정적인 말만 하는 사람도 있죠. 그건 제가 거르면 되고요. 5명 중 4명이 부정적이라도, 1명이 긍정적으로 말해준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제가 로펌에 지원할 때도 그랬어요. 60군데가 떨어져도 1개만 붙으면 된다고요. 생각보다 많은 분이 진지하게 제 고민에 대해 공감해주시고, 조언해주셨어요. 정말 감사해요.

▲ 제품이 나오기까지 2년이 걸렸다고 했어요.

이번에 나온 건 얼굴에 바르는 세럼과 두피용 세럼 2개 제품인데, 유기농 인증을 받으려다 보니 까다롭더라고요. 특히 프랑스에서 유기농 인증을 받으려면 3년 그 밭에서 동안 유기농으로만 경작해야 하고, 이것저것 기준이 높았어요. 여기에 제가 욕심도 많았고요. 유분감이 있지만 끈적임이 없고, 수분감을 유지시켜주지만 번들거리지 않는, 그런 극한의 것을 바랐죠.(웃음) 처음엔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어요. 콘셉트와 지향점이 명확하면 3~4개월 만에도 제품이 나온다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연구 개발부터 인증까지 오래 걸렸고, 제가 생각했던 것처럼 모든 과정이 딱딱 떨어지진 않았던 거죠.

▲ 연예인 중에 이름만 올려놓고 "내가 했다"는 사람들도 지금껏 많았는데.

전 공동 대표님이 프랑스에 계셔서 제가 직접 도장 들고 각종 서류를 떼고, 제출했어요. 저도 대표인데, 엄마랑 알고 있는 분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고요.(웃음) 그 외에 개발부터 출시까지 계속 의견을 주고받았죠. 제품의 텍스처, 색깔, 향은 물론 병과 스포이드의 디자인까지 제가 골랐어요. 브랜드 이름인 '키아나'는 하와이안 말로 '달의 여신'이란 뜻인데, 이것도 제가 하자고 했고요. 심지어 제품 관련 디자이너분들도 제가 직접 셀렉해서 모셨고요. 최근에 네이버 스토어를 오픈했는데, 그 안에 구성이나 디자인도 제가 짰어요. 전문가들이 보기엔 '별로'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정말 하나하나 신경 썼고, 제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어요.

▲ 2년이란 시간 동안 '그냥 하지 말까' 생각이 든 순간은 없었나요?

인생에서 '포기할까'란 생각을 잘하지 않는 거 같아요. 먼저 최선을 다해보자는 것이 항상 먼저였어요. 지금껏 저는 뭔가 포기하고, 그만두고 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사람들은 미술을 그만두고 경영학을 배우고, 변호사가 됐다고 하지만 전 계속 그림을 그렸고요. 틈틈이 그려놓은 그림으로 최근에 전시회에도 참여했어요. 피아노도 계속 치면서 음원도 녹음했고,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두 번째 앨범도 지금 계속 준비 중이긴 해요.(웃음) 글도 이전에 블로그에 쓴 것과 같이 공개된 플랫폼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계속 쓰고 있고요. 물론 변호사 일도 지금 하고 있어요. 그만두는 건 없어요. 뭔가를 더하는 거죠.
/사진=서동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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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일을 하든 진중하게 꾸준히 하는 거 같아요.

원래 모든 일에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지 않아요. 물 위의 백조가 우아하게 움직이는 것 같지만, 수면 아래에서 발차기하고 있듯, 누군가는 제가 여유 있게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 머릿속엔 항상 엄청난 스케줄이 있어요.

▲ 새롭게 시작한 일을 포함해 인생의 목표가 있을까요?

제가 여러 일을 꾸준히 계속할 수 있는 비법은 명확한 목표가 없기 때문인 거 같아요. 단순히 현재만 생각하거든요.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할 일만 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이 정도면 다했다' 하고 그만두지 않는 거 같아요. '이번 주엔 뭘 하나' 이런 정도로만 생각하죠.

▲ 더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을지.

'이번엔 이걸 해야 한다' 정하고 도전한 적은 없었던 거 같아요. 저의 장점은 물 흐르듯 상황과 현상에 잘 적응하고 포용하는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항상 준비된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 준비라는 게 뭔가 대단한 걸 하는 게 아니라 계속 공부하고 꾸준히 뭔가를 하는 거예요. 얼마 전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부동산 경매가 뜨더라고요. 그 콘텐츠를 보며 '이런 세계도 있구나' 싶었어요. 콘텐츠에 나온 선생님께 직접 연락해서 질문도 하고, 학원도 등록했어요.(웃음) 요즘 많이 못가긴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직접 경매도 시도해보고 있고요.

▲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거 같아요.

예전엔 수면 시간에 집착했는데, 이제 잠에 대한 강박을 버렸어요. 시간이 날 때 쪽잠이라도 자고, 심호흡을 하면 정신이 맑아지더라고요. 오늘도 인터뷰에 오기 전에 제 유튜브 채널에 올라갈 숏츠 42개 컴펌을 했고요. 강아지들 산책 2번, 동네 분들과 수다, 청소와 빨래까지 완료하고 왔어요. (웃음) 저라고 왜 상처받지 않고, 왜 힘들지 않겠어요. 그래도 스트레스받지 않으려 하고,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멘탈 관리를 하고 있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