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창사후 최대 감원 계획..노조 합의 변수

광고시장의 한파로 지상파 방송사들이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가운데 MBC가 수위를 한층 더 높여 인위적인 인력감축을 포함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해 주목된다.

MBC 경영진은 2일 경영전략회의를 열어 인력의 20%를 줄이는 구조조정안을 마련했다.

MBC가 이처럼 강력한 인력 감축안을 마련한 것은 창사 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KBS 노사도 지난해 말 인력 감축 등에 합의한 바 있다.

지난해 말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한 SBS는 아직 구체적인 인력감축안은 내놓지 않았지만 역시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높은 수익을 올리며 성장하던 지상파 방송사가 제 살을 깎아 내는 구조조정에 내몰리면서 방송가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경제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 만큼 각 방송사의 비상경영체제는 전례 없이 길어지면서 강도 또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최악의 위기 맞아 분주한 방송사
MBC가 이날 발표한 구조조정안에 따르면 2015년까지 전체 인력의 20%를 줄이게 된다.

이를 위해 MBC는 정년퇴직 등 자연적으로 줄어드는 인력 외에 명예퇴직, 의무 안식년제 등을 통해 인력을 감축해 나갈 계획이다.

또 인력과 함께 조직 규모를 축소하고 급여도 삭감하는 등 경영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동원하기로했다.

콘텐츠 제작 등 꼭 필요한 부분 외 대부분 분야에서 과감하게 경비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구조조정안은 지난해 말부터 한시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비상경영체제를 상시화하면서 강도도 높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MBC는 지난해 말 주말 밤 드라마 폐지, 제작비 삭감 등을 통해 경비 절감에 나섰고 상여금 200% 반납 등을 통해 인건비도 줄였다.

하지만 경제 불황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어 더욱 강력한 구조조정에 나서게 됐다.

다른 지상파 방송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KBS 노사는 지난해 말 앞으로 5년 동안 신입사원 채용 축소 등을 통해 인력 15%를 감축하고 2008년 임금을 동결하는 한편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하는 등의 경영혁신안에 합의했다.

또 외부 MC를 자사 아나운서로 교체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KBS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경영 상황 개선을 위한 추가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BS도 지난해 10월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하면서 비용 절감 방안을 마련해 시행 중이나 이후 광고시장 상황이 더 악화돼 경영개선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BC 구조조정안이 미칠 파장
MBC 경영진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하기는 했지만 노조 측과 합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시행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MBC노조는 성명을 통해 "노조와의 논의 없이 사측의 비상경영 방안이 일방적인 형태로 발표된 데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며 "다만 노조는 앞으로 '합리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놓고 사측과 대화하는 데는 인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는 "노사협의의 목표는 '회사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공영방송 MBC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하고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돼야 한다"며 "노사협의의 조건으로 ▲한나라당의 언론악법 강행처리 시도에 맞서 엄기영 사장과 경영진이 강력하게 대처할 것 ▲주주총회에서 무능력한 임원들은 반드시 퇴출할 것을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MBC의 구조조정안은 방송가에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방송 3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고있던 MBC가 가장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시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지상파를 비롯한 다른 방송사도 이와 관련한 직간접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 큰 문제는 구조조정안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각 방송사의 경영상황은 당분간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데 있다.

올해 경제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각 기업들이 광고 관련 홍보비를 크게 줄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송 3사의 최근 광고 매출 상황은 외환위기 시절보다 훨씬 더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불황이 지속될 경우 방송사로서는 또 다른 구조조정안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맞은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