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에서 15년간 일하다 유럽계 다국적 기업으로 옮긴 마흔살의 김씨.첫번째 맞는 일요일 아침 그는 새 직장의 업무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아침 일찍 회사로 출근했다. 전 직장에서도 그는 일요일 오전 출근해 밀린 일을 처리하고 다음주 업무를 점검한 뒤 오후 5시쯤 귀가하기를 10년 이상 계속해왔다. 그런데 빌딩 관리인이 "관리부장 허락 없이는 문을 열어줄 수 없다"며 막아섰다. 곤히 자는 관리부장을 전화로 깨워 문을 열고 업무를 본 그는 다음날 영국인 지사장의 호출을 받았다. "왜 일요일에 나왔으며 도대체 뭘 했는가?" 그가 "밀린 일도 있고 또 다음주 업무계획도 점검했다"고 대답하자 지사장은 "어떤 일을 왜 미뤄뒀는가?"라고 캐묻더니 "납품이나 선적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 당장 그 일에 대해 보고서를 써라.내가 당신을 잘못 뽑은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는 최후 통첩에 가까운 말까지 했다. 다행히 지사장의 오해는 나중에 풀렸다. 김씨는 그 일 이후 주말을 가족과 온전히 보낼 수 있게 됐다. '주말 104일의 혁명'(이내화 지음,21세기북스)은 이처럼 일에 발목잡힌 회사 인간들에게 인생의 또다른 페이지인 주말을 행복한 그림으로 채우라고 조언한다. 주5일 근무 시대.금요일 오후에서 일요일까지 '2와 2분의 1'일,일주일의 35.7%가 주말이다. 10년이면 3년 반이나 된다. 이 시간을 어영부영 보내는 사람과 마음껏 행복하게 누리는 사람 중 누가 더 풍요롭고 성공한 사람일까. 이내화성공전략연구소장인 저자(사진)는 이 책에서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제는 한껏 놀아라!"라고 외친다. 4와 2분의 1을 확실하게 일하고 2와 2분의 1은 확실하게 노는 게 심신에 모두 좋다는 얘기다. 그는 "쉬고 노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며 이제까지와는 다른 시간관리법으로 자신을 새롭게 가다듬으라고 권한다. 우선 일과 갈라서고,약속을 반으로 줄이며,전화와 TV도 끄라는 것.'주중의 일은 주중에 끝내라''인간관계는 과감하게 가지치기하라''지식이 아니라 경험을 쌓아라''접속 대신 접촉의 시간을 가져라''죄책감 없이 마음껏 놀아라' 등 주말을 바꾸는 10가지 행동원칙이 책에 정리돼 있다. 즐겁지 않으면 운동이 아니니 재미있는 놀이를 찾으라는 것도 주말의 지혜.그는 10년을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찾고 마니아에서 프로페셔널로 나아가면 인생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미국과 유럽의 서비스업 비중은 이미 70%를 넘어섰고 주말·휴가와 관련된 레저업종이 더욱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의 12%가 오락산업이라고 하니 놀이가 곧 직업인 시대다. 그래서 그는 "사고의 중심축을 '일'에서 '놀이'로 옮겨야 할 때가 왔다"며 "놀 줄 모르는 사람은 성공도 못한다"고 단언한다. 2백8쪽,1만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