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은 정말 단일 민족일까. 아니면 단지 문화적 동질성으로 뭉친 하나의 공동체일 뿐인가. 2천5백년 전 고향에서 쫓겨나 유럽과 북아프리카 등지를 전전했지만 여전히 강한 민족성을 유지하고 있는 유대인들의 생물학적 정체성은 인류학자들에게 있어 가장 흥미로운 주제 중 하나다. '유전자 인류학'(이경식 옮김,Human&Books,1만8천원)의 저자 존 H 릴리스포드는 유대인이 생물학적으로 단일 민족이라는 개념은 '신화'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유전자 거리 측정'을 통해 유대인들끼리 유전자가 비슷한 것은 사실이지만 동일한 기원을 가진 중동아시아 셈족 출신의 비유대인들도 유대인들과 비슷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이와 같이 인류학자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궁금증을 불러일으켜 왔던 많은 문제들을 '유전자 연구'라는 다소 신선한 방법을 이용해 풀어낸다. '현대 인류는 어디서 시작됐을까'와 같은 2백만년 전의 비밀에서부터 '정말 흑인 노예 샐리 헤밍스의 두 아들은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아들일까' 등 비교적 최근 논란까지 인류학의 재미있는 주제들을 집중 조명한다. 특히 인류를 반목과 전쟁의 구렁텅이로 몰아가는 인종간 충돌은 전혀 근거 없는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저자의 주장은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의 접목 필요성을 상기시킨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