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머는 마이클 조던과 닮았어요. 조던이 농구의 팀워크를 좋아하듯이 발머는 사업의 팀워크를 좋아합니다. 발머는 조던과 마찬가지로 일단 마음먹은 경쟁에서 이기고 나면 그 승리가 보람있는 일이었고 또 노력을 기울일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은 모두 경쟁에 중독되어 있었고 또 돌진했습니다. 일단 경쟁의식에 불씨가 지펴지면 그 불길을 끌 수가 없었지요."(지기츠,스티브 발머의 고등학교 풋볼팀 주장) 마이크로소프트 하면 흔히 공동창립자인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을 떠올린다. 그러나 '살아있는 신화 : Microsoft CEO 스티브 발머'(안진환 옮김,한국경제신문사,1만2천원)의 저자 프리드릭 맥스웰은 30명도 안 되는 직원을 약 5만명으로,1천2백만달러에 불과했던 연 매출액을 2백억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린 사람은 게이츠와 그의 하버드 동창생인 스티브 발머였다고 단언한다. 지난 2000년 1월13일 빌 게이츠는 공식적으로 최고경영자의 직함과 업무를 그의 가장 친한 친구 발머에게 물려줬다. 그동안 게이츠의 뒤에서 소리없이 2인자 역할을 해오던 발머가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 책은 스위스계 고졸 이민자의 아들인 발머가 세계 4위의 부자이자 샐러리맨 중 최고갑부,세계 최고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체의 CEO가 되기까지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저자는 발머의 수많은 업적 중에서도 가장 잘 한 일은 '20년 이상 빌 게이츠를 참아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가장 친한 친구인 두 사람은 긴밀한 협력체제를 유지해왔다. 게이츠가 기술자,전략가 혹은 총사령관이라면 발머는 사업가이자 모사자이며 야전사령관이었다.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에고(ego)이고 발머는 이드(id)였다. 그러나 원제인 '나쁜 녀석 발머(Bad Boy Ballmer)'가 보여주듯이 저자는 발머를 상도(商道)나 윤리경영과는 별 관계가 없는 인물로 그리고 있다. 오히려 발머는 경쟁심이 지나치고 쉽게 고함을 치며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아군도 적군으로 만드는 치사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솟아나는 지적 에너지,친구 게이츠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강한 추진력은 발머가 매력적인 사업가임을 말해준다. 무엇보다 그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회사의 CEO라는 점은 발머를 알아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