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예술감독 김긍수)이 블라디보스토크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향후 모스크바 등 러시아 중심지는 물론장기적으로는 서유럽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국립발레단은 20-21일 러시아 프리모르스키주(연해주)의 주도인 블라디보스토크소재 고리키 극장(922석)에서 유리 그리고로비치 안무의 를 세 차례공연, 매회 전석 매진의 기록을 세우면서 전문가들과 일반관객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관객들은 이원철-김주원(20일), 이원국-김지영(21일 낮), 장운규-옐레나 안드리옌코(볼쇼이 발레 솔로이스트. 21일 저녁) 등 세 주인공 커플의 높은 기량과 함께단원들의 안정된 군무 실력을 눈여겨 보면서 주요 장면마다 갈채를 아끼지 않았으며공연이 끝난 뒤에는 매번 열렬한 기립박수를 보냈다. 고리키 극장의 발렌티나 세도바 극장장은 "한국의 발레가 이렇게 높은 수준인지미처 몰랐다"면서 "고리키 극장은 무용 전용이 아니어서 불편한 점이 많았는데도 이처럼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다니 놀랍다"고 말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오페라 발레전용극장이 없다. 고리키 극장과 함께 이번 공연의 공동 초청자인 국립 극동대학교 블라디미르 쿠릴로프 총장은 "처음에는 이번 공연을 한-러 친선 차원에서 생각했으나 단원들의 연습장면을 보면서부터는 친선이 아니라 본격 예술임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 지역 발레계의 대부로 불리는 바슈틴(바슈틴 발레학교 교장)씨는 "처음 보는한국 발레에 정말 감격했다. 마린스키나 볼쇼이에 비해 뒤질 것도 없다"며 첫날 공연이 끝난 뒤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뛰어올라가 한국의 무용수들에게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또다른 전문가들은 "러시아 발레에 비해 신체조건이 뒤지고 역동성이 부족하지만, 대신 부드럽고 아기자기한 표현이 좋았다"고 평했다. 현지 언론도 처음 접하는 한국 발레에 대한 궁금증을 반영하듯 19일 있은 기자회견에 텔레블라디보스토크, TDT 등 4개 방송사와 12개 일간지 기자들이 참석, 1시간 이상 갖가지 질문을 쏟아냈다. 공연이 있은 후에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공연장면과 함께 인터뷰 내용을 방영했다. 최재근 현지 총영사는 "이따금 한국 예술가들이 이곳을 찾은 적이 있으나 이번처럼 대규모에 수준이 높은 공연은 처음"이라면서 "단 한 번의 공연으로 이 지역 한인들의 위상이 달라진 것은 물론 자긍심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고리키 극장측은 마지막 공연이 끝난 뒤 간략한 환송연을 준비했다가 국립발레단의 열연과 관객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감안, 극장 소속 예술가들이 총출연하는 본격적인 공연형태의 여흥으로 환송 프로그램을 바꾸어 참석자들을 즐겁게 했다. 한편 김긍수 예술감독은 "블라디보스토크의 관객 수준이 러시아 중심지역보다다소 처진다고 가정한다 해도 이번 공연에 대한 엄청난 반응은 한국 발레의 높은 위상을 충분히 입증하는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다른 지역으로의 진출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 공연을 성사시킨 이세웅 국립발레단 이사장(예술의전당 이사장. 한-러문화협회 회장)은 "러시아의 '지식도시'로 불리는 노보시비르스크를 거쳐 모스크바까지 이어지는 러시아 순회공연을 추진하겠다"고 말하고 "현재 유럽 몇 나라와도 국립발레단 공연을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이종호 기자 yesn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