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엔 어떤 옷을 입을까. 여느 때처럼 유행을 주도하는 강력한 키워드는 없지만 지금까지 나타났던 서너 가지 이미지가 공존하면서 복합적인 모습을 보인다. 50,60년대 복고풍과 아시아 아프리카의 민속의상에서 모티브를 딴 에스닉,우주복 스타일의 미래지향적인 무드 등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컬러나 디테일도 마찬가지.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은 채 다채로운 색깔과 모양을 보여준다. 루이뷔통 구치 크리스찬디올 아르마니 등 세계 톱 브랜드들이 제시한 2003년 봄 패션을 알아보자. 핑크 오렌지 그린 옐로 등 싱싱한 "비타민 컬러"의 빅히트가 예감된다. 특히 뜨거운 태양을 닮은 오렌지와 열정적인 핑크는 제철을 맞아 최고의 인기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흰색 물감을 떨어뜨린 듯한 파스텔톤부터 선명한 핫핑크까지 다양한 톤의 분홍이 선보인다. 라벤더 제비꽃 등 핑크빛만 띤다면 어느 색이라도 환영이다. 비타민 컬러와는 대조적인 느낌의 블랙과 화이트,회색과 같은 모노 컬러도 주목할 만하다. 이밖에 모래색 베이지 옅은 브라운 등 사막을 연상시키는 뉴트럴 색상과 금속 느낌의 메탈릭 실버도 트렌드 컬러 대열에 올라 있다. 전체적인 느낌이 가볍고 부드럽다. 드레이프,셔링(잔주름장식)등의 표현기법은 몸에 흐르는 듯 밀착하며 자연스럽게 바디라인을 드러내주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일자로 자연스럽게 쭉 뻗은 실루엣과 함께 다소 과장된 듯 볼륨을 살린 실루엣도 인기다. 스키니 팬츠(스타킹을 신은 듯 몸에 딱 붙는 팬츠) 위에 헐렁한 웃옷을 입거나 미니스커트에 어깨가 넓은 재킷을 입어 부피감을 강조한다. 도트 플라워 스트라이프.이 세가지 패턴이 유독 강세를 보인다. 도트 문양은 50,60년대 오드리 헵번 풍의 사랑스러운 복고 무드를 재생하기 위해 자주 사용됐다. 꽃무늬는 봄이면 으레 등장하는 테마지만 올 봄엔 특히 동양적인 표현이 눈에 띈다. 화려하다기 보다는 단아한 편이다. 스트라이프는 남성 여성 모두에게 사랑받을 것 같다. 가로,세로,대각선,가늘게 또는 두껍게,단색 또는 멀티 컬러... 다양하게 변화를 준 스트라이프 패턴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극도로 짧은 마이크로 미니 스커트와 무릎 길이의 니렝스 스커트가 공존한다. 니렝스는 재킷과 매치해 우아하게,마이크로 미니는 티셔츠와 어울려 스포티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바지 통도 극단적이다.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스키니 팬츠와 헐렁한 통바지 양쪽 다 예감이 좋다. 주머니가 여기저기 달린 카고팬츠와 발목이 드러날 정도 길이의 크롭 팬츠의 인기도 여전하다. 재킷은 길이가 허리나 허리 바로 아래로 올라간데다 웨이스트 라인이 잘록하게 들어가 우아함을 강조했다. 몸매를 강조하는 셔링 장식이 특히 눈길을 끈다. 가슴선이 깊게 파인 저지 셔츠,시스루 블라우스 등 섹시한 의상에 주로 활용됐다. 여성적인 이미지에는 프릴과 레이스,리본 장식이,실용적이고 활동적인 멋을 강조하는 옷에는 주머니와 지퍼가 중요 디테일로 쓰였다. 설현정 객원기자 hjsol1024@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