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 '산유화' '초혼' 등 250여편의 시를 남긴 민족시인 김소월(1902-34)이 북한에서는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계간 「통일문학」 창간호의 특별부록 「평양에 핀 진달래꽃」은 김소월에 대한 북한 학계의 평가를 시대별로 정리해 놓았다. 318쪽짜리 단행본으로 엮었으며, 북한의 다양한 원전에서 뽑은 김소월에 대한 문학적 평가를 있는 그대로 엮어 출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학평론가 권영민(서울대 인문대학장)씨가 '소월탄생 100주년 기념문집'으로 꾸민 이 책은 「조선문학사」(안함광, 연변교육출판사, 1956), 「해방전 조선문학」(윤세평, 조선작가동맹출판사, 1958), 「조선문학통사 하」(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과학원 언어문학연구소 문학연구실 편, 1959), 「현대작가론 1」(조선작가동맹출판사, 1961), 「조선문학사」(안함광, 고등교육도서출판사, 1964), 「조선문학사」(전5권, 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 1982), 「조선문학개관 1」(정홍교 박종원, 사회과학출판사, 1984), 「우리나라 비판적 사실주의 문학연구」(이동수,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1988), 「1920년대 시선」(문예출판사, 1992), 「조선문학사」(전 15권,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2000) 등의 김소월 항목을 모아놓았다. 「조선문학사」는 "소월은 조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풍부한 시흥과 고운 리듬과 절제있는 표현으로 사실주의적으로 노래했다"면서도 "그의 문학활동은 민족해방투쟁으로 연결되지 못했고 어느 모로나 3.1운동 이후의 시대적 변천에 따라오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해방전 조선문학」은 "소월의 시가에 떠도는 애수는 잃어진 것에 대한 비애로서 극히 낭만적인 색조를 띠게 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사실주의적 시인인 김소월은 제한된 한계에서나마 당시 현실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적었다. 이 책은 소월이 남긴 '바라건대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밭고랑 우에서' '상쾌한 아침' 등은 "빈궁에 시달리는 농민들의 사상 감정을 드러냈고,농촌 사람들의 노력과 결부된 시인의 희망과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일성의 주체사상이 강조되던 1960년대에 이르러 북한의 문학은 주체성과 혁명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1964년 발간된 「조선문학사」(전 16권)의 '1920년대의 문학'편은 "소월의 세계관은 협애해 현실에 혁명적으로 침투하지 못했고 그의 시문학이 구현하는 애국주의, 인민성, 생활전망성도 그만큼 제한적이어서 비판적 사실주의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고 평가해 놓았다. 1988년 발간된 「우리나라 비판적 사실주의 문학연구」는 그동안 배제됐던 민족문학 계열의 이광수, 염상섭, 채만식, 이효석, 김소월, 한용운 등을 비판적으로 수용, 평가했다. 이는 남한의 월북작가 해금조치에 상응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소월의 시는 당대 모순에 찬 환경에 대한 저주와 울분에 기초한 강렬한 비판을 불러일으키는 긍정적 기백을 내포한 것으로 단순한 애수나 절망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정서적 의미를 가진다"면서 "그의 시가 새 것에 대한 긍정적 이상을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낡은 것을 부정하고 새 것을 찾기 위해 모대긴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고 적었다. 이어 '진달래꽃'에 대해 "진정한 믿음과 사랑을 가로막아 사람들에게 불행과 고통을 강요하는 온갖 낡고 부패한 봉건윤리에 예리한 비판을 가했다"고, '산유화'에 대해서는 "수려한 조국의 자연 속에서 이슬과 같이 정화된 순결한 양심으로 흘러간 반생을 반성했다"고 각각 평했다. 2년 전 발간된 「조선문학사」는 "소월은 일제통치하에서 짓밟히고 버림받은 인민들에 대한 동정, 향토와 조국, 자연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깊은 비애의 정서로 노래함으로써 1920년대 시단에서 민요풍의 시를 개척하고 발전시켰다"면서 "그러나 노동계급의 계급적 이념과 인민적 입장에서 출발하지 못해 1920년대의 시대적 높이에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 책을 엮은 권영민 교수는 "북한에서 나온 문학사 연구서는 1950년대 안함광의 저작 이후 김소월의 출생연도를 1903년으로, 사망시기를 1935년으로 표시해왔다"면서 "이같은 오류는 2000년 출간된 「조선문학사 7권」에 이르러 바로잡혔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김소월의 출생 100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북한의 학계가 김소월의 생애를 사실대로 복원한 셈"이라고 문학사적 의미를 부여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