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입적한 혜암 스님에 이어 누가 대한불교 조계종의 종정이 될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종정 추대 논의를 혜암 종정의 49재 이후로 미뤄온 조계종 원로회의가 오는 11일 종정추대회의를 소집했기 때문이다. 조계종 종헌에 따르면 종정은 '조계종의 신성을 상징하며 종통을 계승하는 최고의 권위와 지위'를 가지는 자리다. 때문에 승랍 45세 이상, 연령 65세 이상의 대종사 가운데 추대하도록 돼 있다. 19명의 원로 의원과 총무원장,호계원장과 중앙종회 의장 등 22명으로 구성되는 종정추대회의에서 재적 과반수의 찬성으로 추대한다. 그러나 종단의 최고 지도자를 표결로 추대하기보다는 만장일치로 추대하는 게 관례여서 원로 의원들간에 사전조율이 진행중이다. 현재 종정 후보로 거론되는 스님은 원로회의 의장인 법전(77·해인총림 방장),범룡(88·전계대화상),숭산(75·화계사 조실),종산(78?원로회의 부의장) 스님 등.법전 스님은 조계종의 종풍을 확립한 봉암사 결사에 참여했고 성철·혜암 스님으로 이어지는 해인사의 법통을 계승,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그러나 성철·혜암 종정에 이어 해인사가 내리 세 명째 종정을 배출하는 데 대한 다른 문중의 소외감과 거부감이 걸림돌이다. 범룡 스님은 조계종 승려들에게 각종 계를 내리는 총 책임을 진 전계대화상으로 선(禪) 교(敎) 율(律)을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성품이 원만하고 철저한 수행자 상을 실천해 종도들의 신망과 존경을 받고 있다. 또 숭산 스님은 덕숭 문중 출신으로 경허·만공 스님의 법맥을 이은데다 일찍이 해외 포교에 힘써 달라이 라마 등과 함께 '세계 4대 생불(生佛)'로 불릴 정도로 국제적으로 추앙받는 선승.하버드대학 출신의 현각 스님과 계룡산 국제선원 조실 대봉 스님 등 출중한 외국인 스님들이 숭산 스님의 제자들이다. 범어 문중과 함께 한국의 양대 문중인 덕숭 문중이 그간 한번도 종정을 배출하지 못했다는 점도 숭산 스님의 추대 가능성을 더하는 요소다. 종산 스님은 다른 스님들에 비해 문중의 배경이나 대외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합리적이고 사리에 밝다는 점에서 종정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종단이 어려울 때는 종정의 합리적 판단력이 긴요하다는 필요에서다. 11일 종정 추대가 이뤄질 경우 조계종은 다음달 중순쯤 추대식을 봉행할 전망이다. 그러나 여의치 않을 경우 시간적 여유를 갖고 만장일치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부처님 오신 날(5월19일)' 이전까지 종정을 추대하면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정대 총무원장이 취임 초부터 주장해온 징계자 사면 여부가 종정 선출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종법에 따른 징계의 사면,경감,복권 등은 종정이 정하는 것이어서 이에 대한 이견이 원로들의 합의를 지연시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