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빈번하게 실험적인 재해석이 이뤄지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다음달 7-1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정통 해석으로 무대에 오른다. 미국 연극잡지 '아메리칸 시어터'는 2001년을 '햄릿의 해'라고 불렀을 만큼 올해는 전세계적으로 「햄릿」이 유달리 많이 공연되고 있기도 하다. 영국의 거장 연출가 피터 브룩이 흑인 햄릿과 인도계 오필리어 등을 등장시킨「햄릿」으로 세계 5대 도시 순회공연에 나섰고 독일 연출가 페터 자덱도 올해 에딘버러 축제에 이 작품을 들고 나왔다. 또 영국의 글로브 극장에서 이 작품이 공연되고 있는 것은 물론 미국 오레곤주에서는 '오레곤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기도 하다. 국립극단이 극단 역사 51년만에 처음으로 올리는 이번 「햄릿」에서 가장 눈에띄는 대목은 캐스팅. 우선 주인공 햄릿으로 영화 「단적비연수」, TV 드라마 「홍길동」「토마토」「경찰특공대」 등으로 잘 알려진 배우 김석훈이 출연한다. 김석훈은 영화와 TV를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사실 그는 지난 1998-2000년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아큐정전」, 「아베고보의 친구들」 등에 출연한 연극배우. 김석훈이 햄릿으로 발탁된 데는 이같은 연극무대 경력과 함께 원로배우 김동원 (85)씨의 추천이 크게 작용했다. 김동원씨는 50년대 국립극단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극단 신협 시절 우리나라최초로 햄릿을 맡아 열연했으며 이때문에 '영원한 햄릿'이란 별명을 얻기도 한 연극계의 살아 있는 증인. 같은 교회를 다니며 알게된 인연으로 김석훈을 추천한 김동원씨는 지금도 계속연습실을 찾아 와 연기 지도를 해주고 있다. 또 객원 배우로 중진배우 이호재와 양금석이 각각 왕 클로디우스와 왕비 거트루드로 출연하며 김재건, 서희승, 김종구, 문영수, 최운교, 최원석, 계미경 등 국립극단 단원들이 무대에 선다. 연출을 맡은 정진수 성균관대 교수가 현대 구어에 맞게 새로 번역을 했고 극의말미 결투 장면에 사실감을 더하기 위해 전 국가대표 펜싱선수인 고종환을 초청, 펜싱 강습을 받기도 했다. 정 교수는 "「햄릿」에는 인생과 우주에 대한 거의 모든 문제가 함축돼 있어새로운 해석은 오히려 작품의 풍부한 의미를 제한하는 결과를 빚는다"며 "오늘날 한국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셰익스피어의 의도를 내적으로 되살려내겠다"고말했다. 공연시간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일요일 오후 4시. ☎2274-3507~8.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