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경력 32년의 노주현(54)이 요즘 시트콤 때문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오는 18일부터 방송되는 SBS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연출 김병욱)에서 소방 파출소장 역을 맡은 그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힘들어 죽겠다"고 말했다.

그에게 떨어진 과제는 연기 할 때 ''힘빼기''.

"어깨에 힘도 빼고 자연스러운 일상의 모습이 툭툭 튀어나와야 하는데 쉽지 않네요"

제복을 입어도 아직은 만년 소방 파출소장의 후줄근한 모습보다는 고위간부같은 느낌이 더 난다.

십년 동안 정통 연기에서 다져진 캐릭터를 바꾸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게다가 노씨는 방송가의 대표적인 ''폼생폼사''.

국방부에서 사병으로 군 생활하던 시절에도 뒷모습이 장교같아 선임병들이 함부로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옷맵시가 잘 났다고 한다.

''순풍 산부인과''에서 지압사로 한차례 출연했던 게 인연이 되어 이번에는 아예 시트콤에 눌러앉았다.

"작품의 출연섭외를 받았을 때 흥분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웬만해선''이 오랜만에 연기자로서 재미와 흥분이 느껴지는 작품같아요"

''중후한 신사''이미지의 노주현.

그가 늦깎이로 시트콤에 뛰어든 것은 바로 시청자들과 좀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연기자로서의 소망 때문이다.

"68년 데뷔 이후 맨날 폼잡는 역할만 하다보니 안방시청자들이 저에게 거리감을 느끼는 것 같았어요.

코믹한 배역이든 처절한 서민역을 통해서든 기존 제 이미지를 한번 뒤집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극중 노 소장은 불끄는 데는 소질이 없고 점심 식사 때면 일등으로 식당에 달려가는 등 먹고 노는 것에만 열을 올리는 성격.

건물 화재진압 때는 안전한 바깥에서 지휘만 하려고 잔머리를 굴리다 소방서장의 명을 받고 건물안으로 떠밀려 들어가기 일쑤다.

노란 방수복과 방수모차림에 산소통을 메고 건물안으로 들어가지만 산소통에서 호스가 빠지는 바람에 불끄는 건 고사하고 주민의 등에 업혀나오는 ''어벙한'' 소장이다.

"제가 웃는 바람에 NG가 많이 나요.

보는 것은 재미있는데 직접 하려고 하니 정말 ''장난''아니네요.

시트콤에서는 제가 초보니까 당분간 대본에 충실할 생각입니다"

그는 시트콤 출연이 연기자로서 한번은 겪어야되는 ''홍역''이라고 말했다.

"제가 배우로서 갖고 있는 부르주아적 냄새나 지적인 이미지를 싹 벗어 던질 생각입니다.

하지만 마냥 우스꽝스럽기보다는 시청자들의 아픈데를 살살 긁어주는 역할을 했으면 해요"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