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다.

그러나 영국 수학자 화이트헤드의 표현은 좀 다르다.

"필요는 헛된 궁리의 어머니"라는 것이다.

발명의 세계에서는 물질적 욕망 외에 상상력이 그만큼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최근 나온 "발명의 역사(원제:The Guinness of Inventions)"(G.I.브라운 저,이충호 역,세종서적,2만원)는 인류 발명의 역사를 한권으로 정리한 백과사전.

석기시대의 돌도끼부터 디지털시대의 슈퍼컴퓨터까지,아르키메데스에서 빌 게이츠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인 발명의 순간들을 풍부한 사진과 도판을 곁들여 소개하고 있다.

첫장에서 발명의 기술을 포갈적으로 다룬 뒤 도구와 장치,에너지와 힘,기관,빛과 소리,통신,농업과 식량,전쟁무기,우주 등 15개 분야로 나눠 살폈다.

"발명"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발견"은 이미 있는 존재를 찾아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흥미로운 연관성이 있다.

하나의 발명이나 발견은 또다른 발명과 발견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다.

9세기 중국에서 발명된 화약은 13세기에야 서양으로 넘어가 온갖 무기개발에 쓰이다가 화약기관과 증기기관을 낳았다.

철도교통의 혁명도 여기에서 시작됐다.

최초의 시멘트는 이탈리아에서 화산재를 석회와 섞어 만들었다.

여기에 모래와 돌을 섞고 물을 넣으면 콘크리트가 되고 이는 로마인들의 많은 건축물에 사용됐다.

모래를 태워 만든 유리구슬의 역사는 기원전 3천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리그릇은 기원전 1천5백년,유리병은 17세기에 출현했다.

피뢰침을 발명한 사람은 벤자민 플랭클린이었다.

그는 폭풍우 속에서 금속을 매단 연을 구름 속으로 날려보내기도 했으며 연줄에 매달린 금속열쇠를 만지려다가 전기충격까지 받았다.

전자레인지는 퍼시 르배런 스펜서가 발명했다.

레이더 장비에 가까이 갔을 때 주머니 속에 넣어뒀던 초콜릿이 녹는다는 사실에 주목해 1945년 특허를 따낸 것이다.

지퍼는 원래 구두끈 대신 구두를 죄기 위해 만들어졌다.

미국의 휘트콤 저드슨이 발명했는데 사업가인 루이스 워커가 이 아이디어를 채택해 1905년부터 "시큐리티"라는 이름으로 판매했다.

똑딱단추는 프랑스인이 발명했다.

아주 작은 용수철 금속이나 플라스틱컵을 약간 더 큰 컵 속으로 밀어넣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엘리베이터의 원리는 기원전 1세기 로마 건축에 응용됐다.

프랑스의 루이 15세는 베르사이유궁에서 높은 층에 있는 첩들을 보러 가기 위해 "나는 의자"를 애용하기도 했다.

오늘날과 같은 엘리베이터는 1853년에 선보였으며 승객용은 1857년 뉴욕의 5층짜리 도자기상점에서 최초로 운행됐다.

1876년 발명된 전화는 두사람이 같은날 특허를 신청했으나 10년간의 법정공방 끝에 그레이엄 벨이 몇시간 빨리 신청한 것으로 판명돼 영광을 안았다.

그는 청각장애인들을 가르치던 교사였으며 불운의 주인공은 전신장비 제조업자인 엘리샤 그레이였다.

위대한 발명가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그 중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은 뛰어난 발명가이자 세일즈맨이었으며 경영자였다.

브리티시 다이너마이트사를 비롯 전세계에 93개의 공장을 세운 그는 2백만 파운드의 유산으로 노벨상을 만든 주인공이다.

이처럼 발명이란 "궁핍과 욕망이 동기를 부여하고 상상력이 해답을 제공한" 인류사의 또다른 단면이다.

"엉뚱한 생각"과 "기발한 착상"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이 책은 역발상의 지혜를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단순한 과학기술서가 아니라 발명의 세계로 들어가는 철학적 입문서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