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직원들이 책상 앞에서 죽치고 앉아 있는 이유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년에 한 번씩 최고경영진 100명과 함께하는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 회사의 상위 10가지 우선 처리 사안에 관해 논의한 뒤 경영진에게 각 사안의 순위를 매기라고 요청했다. 잡스는 이후 하위 7가지 사안을 삭제했다. 왜 그렇게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는 최대 3개 사안밖에 달성할 수 없습니다”고 답했다.

테슬라에서는 일론 머스크 CEO의 내부 이메일이 유출된 적이 있다. 이메일에서 그는 직원들에게 회의 횟수를 줄이라고 요구했다. 회의 장소에 앉아 있는 태도도 언급했다. “대화하면서 어떤 가치도 찾을 수 없다고 깨닫는 즉시 회의 장소를 떠나거나 전화 통화를 종료하십시오.”

덴마크 인류사회학자 데니스 뇌르마르크는 2년 전 <가짜 노동>에 이어 최근 <진짜 노동>도 펴냈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가짜 노동을 많이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업이 직원들이 창출한 가치가 아니라 그 일을 하는 데 투자한 시간에 따라 비용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더 긴 시간을 일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고 한다. 다른 사람보다 일을 일찍 끝내거나 퇴근이 빠르면 업무 결과가 미진하다고 평가받는 탓에 쓸데없이 책상 앞에 앉아 있게 된다.

저자는 우리가 현실에서 갈등을 기피하기 때문에 가짜 노동을 계속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갈등을 일으키기 싫어하는 사람은 누군가의 말에 ‘헛소리’라고 얘기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의 계획을 비판할 수도 없다. 이어 “가짜 노동은 경영진이 주도해야 폐지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회사에 산재한 나쁜 습관과 시스템, 실속 없는 직책도 제거하자고 주문한다.

전작을 읽지 않은 사람을 위해 책은 초반부에서 가짜 노동을 다시 한번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러면서 ‘헛소리를 배제하고 명확하게 말하라’ ‘바쁘지 말 것, 바쁘다고 말하지도 말 것’ ‘평가 문화에서 벗어나 더 많은 위험을 함께 감수하라’ 등 가짜 노동을 개선해 진짜 노동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합리적 리더십을 갖추고자 하는 경영진, 행복하고 효율적인 노동을 원하는 관리자,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 일에서 의미를 찾고 싶은 사람에게 일의 가치를 재정립하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이금아 기자 shinebij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