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게 살자
샘이 솟는 곳
차고 맑은 모래처럼

모서리마다
빛나는 작은 칼날
찬물로 세수를 하며

서리 매운 새벽
샘이 솟는 곳
차고 맑은 모래처럼

이정록(1964~) 시집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에서

-----------------------------------------------------------------------

일과에 시달린 끝에 동료와 술 한 잔을 하고 이 사람 저 사람 씹기도
하면서 다음날이면 똑같은 생활을 되풀이하고...

그래서 해가 바뀔 때마다 너무 엄벙덤벙 살았다는 자책감, 소시민이면 다
같을 것이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 그래 "샘이 솟는 곳/차고 맑은 모래처럼"
살아야지, 각오하는 사람도 한둘이 아닐 터.

그만큼 호소력의 공간이 넓고 시도 샘솟는 곳의 모래처럼 차고 맑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