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츠"는 1981년 영국 런던에서의 초연이후 전세계 2백50개 도시에서
6천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뮤지컬의 명작이다.

뮤지컬팬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번쯤 보고 싶어하는 공연이다.

극단 대중(대표 조민)이 지난 15일부터 호암아트홀에서 막을 올린 국내 버전
"캐츠"도 연일 매진사례를 빚고 있다.

평일 저녁 이른 시간에도 공연장 입구의 홀은 관객들로 붐비고 있다.

국내 공연계의 어려운 현실과는 다른 현상이다.

"캐츠"는 고양이들의 장기자랑이다.

도시의 한 쓰레기장에서 고양이들은 하늘나라 선지자고양이 "듀터라노미"로
부터 새삶을 살게되는 "제리클" 고양이로 낙점받기위해 무도회를 연다.

그들의 지상과제는 춤과 노래 마술 등 자신의 모든 장기를 동원해
"듀터라노미"를 감동시키는 것.

"제리클이 뭐지?"로 시작되는 무대는 20여마리의 캐츠들이 수놓은 화려한
율동으로 꽉찬 느낌이다.

고양이들은 객석을 누비며 아양을 떨고 앙징맞은 표정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관객과 무대의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는 성공적이다.

수레바퀴 폐타이어 등의 쓰레기들이 일순간 기차로 변하는 "열차책임자
스킴블랭스"와 무대전면이 해적선으로 변하는 "그로울타이거의 최후"에서는
기발한 재치가 돋보인다.

완벽한 분장과 의상에서도 원작의 분위기를 재현해내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극단 대중의 "캐츠"는 원작의 흥겨움을 재현해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관객과의 정서적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화려함은 빛이 바랬다.

균형을 잃어 자꾸 귀에 거슬리는 음향과 배우들의 불확실한 가사전달은
관객들을 극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대체 왜 웃고 떠드는지 모르겠다"는 관객의 푸념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강남의 귤이 강을 건너 강북으로 가면 정말 탱자가 되는 것일까.

(02)766-8551

< 김형호 기자 chs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