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작가 호영송(58)씨가 장편소설 "꿈의 산"(전2권, 책세상)을 펴냈다.

그는 권력과 탐욕으로 얼룩진 현대사회의 그늘에서 진정한 꿈의 햇살을
하나씩 뽑아 올린다.

주인공 홍준표는 베레히트를 좋아하는 연극 연출가이자 극단 "언덕"의
대표다.

브레히트는 자유로운 정신과 관객중심의 기법으로 현대서사극의 새 장을
개척한 독일 극작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필생의 화두로 삼았다.

기성사회에 대한 반감 때문에 새로운 비전과 미학을 찾는 준표에게
브레히트는 멋진 꿈이자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이 조화된 "꿈의 산"을 찾지 못한 채 계속 방황한다.

그는 아버지 홍만선 회장의 자본과 권력에 기생하는 동생 두표를 경멸하지만
어느새 그도 아버지의 물질적 원조에 기대게 된다.

그가 자신과의 타협을 받아들이기 시작할 무렵 아버지의 치욕적인 과거사가
드러나고 두표도 모종의 살인교사죄로 구속된다.

뜻밖의 상황에 충격을 받은 준표는 정체성에 대한 회의에 시달린다.

그는 결국 번민 끝에 자신의 꿈을 찾아 새로운 길을 떠난다.

그가 한 때 브레히트의 연극 공연을 보러 가고 싶었던 프랑크푸르트행
기내에서 드넓은 시베리아 평원을 내려다보는 장면이 상징적이다.

그것은 꿈을 찾는 마음의 여로가 초심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준표의 동료인 윤구가 티베트 여행중 보내온 편지 구절도 은유적이다.

"티베트 사람들의 평생의 큰 꿈은 카일라스 산에 가는 것인데, 한 때
우리에게는 브레히트가 그 산이었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무엇이 카일라스 산일까요"

작가는 "컴퓨터 황제가 다스리는 멋진 신세계"의 뒷모습을 미리 들춰본
것일까.

그는 "지난 세기초 엘리어트의 예언적인 장시 "황무지"가 큰 의미를 던져준
것처럼 이번 소설이 물질적 번영 속에서 정신적 공허와 황폐를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한다.

이미 문학의 죽음을 우려하는 시대에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작가가
아니라 "아직도 죽지 않은 소설"의 힘 때문일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