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집이란 물질과 자본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구성원의 모든 삶을 수용하는 그릇이 돼야죠"

경원대 실내건축학과 신홍경 교수는 20세기 후반에 살고 있는 한국의
도시인들을 현대판 유목민으로 표현한다.

60~7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화, 도시집중 현상으로 집이 "삶의 터전"보다
"돈"으로 인식되면서 재산증식을 위한 잦은 이동이 생겨나게 됐다는 것.

게다가 무조건 비싼 소재로 화려하게 꾸미는 것이 아름다운 것인양 잘못
받아들여져 "집" 본래의 기능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한다.

서울 송파구 오륜동 올림픽아파트(40평형) 리노베이션은 이러한 사회현상과
실내디자인 영역에 대해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도시 주거공간을 위한 하나의 실험적 모델로 계획된 것.

신교수는 "아파트공간에서의 빛(자연광과 인공광) 관리와 조절, 마감재를
사용한 공간성 부여, 비장식적 공간의 구현 등 세가지를 작업의 주제로
삼았다"고 말한다.

동쪽으로 난 베란다와 거실사이 유리창호에 추가로 목재 미닫이 격자문을
설치, 오전에 비춰지는 자연광을 조절하고 내다보이는 조망이 흥미를
유발할수 있도록 했다.

거실에 면한 방은 원래 미닫이문으로 연결돼 있었는데 서재로서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미닫이문의 면을 벽으로 재구성했다.

서재의 한면은 완전히 서가로 만들고 1인용 침대와 옷장을 목재로 짜넣었다.

식당은 가족공동의 생활영역.중앙에 장방형의 식탁 2개를 배치하고 양면에
주방기기들을 놓을수 있도록 구성했다.

현관에는 중문을 설치, 외부와의 차단효과를 내는 동시에 디자인적인
요소로도 기능할수 있도록 했다.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