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자리잡고 있는 환기미술관은 우리나라에서
몇안되는 현대미술관중 하나로 반드시 찾아가 보도록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서울의 환기미술관은 파리의 주택가에 자리잡은 피카소미술관이 그렇듯이
아름다운 미술관 건물에 언제 들러도 훌륭한 작품들이 상설전시 돼있어
미술관을 돌아보고 나올때는 깊은 감동을 받게 된다.

작고한 수화 김환기 (1913~1974)의 미망인 김향안 여사가 세운 작가의
뜻을 기리기 위해 지난 93년 개관한 환기미술관은 한 작가의 작품을 보존
연구 전시하는 개인미술관이다.

미국 보스톤에서 활동하고 있는 건축가 우규승이 설계한 이 미술관은
개관 당시 현대 미술관이 몇안되던 빈곤한 상황에서 미술문화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됐었다.

이 미술관이 문을 연지 4년이 지난 지금은 수화가 생전에 그려놓은
설계도대로 지어진 별관이 세워져 올해 10월말에 완공될 예정이어서
미술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환기미술관은 작가의 초기 작부터 뉴욕시대 대표작을 유화 과슈 콜라주
오브제 드로잉 등 약 1천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그리고 미술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수화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특별
기획전은 물론 현대미술에 대한 다양한 기획과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환기재단 작가전,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한 "한국 현대미술의 검증과
모색전", 한국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한 테마기획전, 세계 현대미술의
조류를 보여주는 국제전, 국제미술 교류전인 "프리환기전" 등 1년에
2~3차례의 기획전이 열린다.

또한 소장품, 도록 및 전시 로그, 미술연구집, 뉴스레터라는 소식지
등 출판업무 기념 강연회, 심포지엄, 워크숍, 전문인을 위한 미술이론
강좌인 토요 아트포럼 등도 마련하고 있다.

이밖에 카페테리아와 아트숍을 운영하고 음악회 강연회 퍼포먼스 등
전시이외의 이벤트 행사를 열기도 한다.

수화는 한국 모더니즘의 1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로 유영국과 함께 30년대
후반께부터 추상미술을 시도, "한국 추상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작가이다.

한국의 고미술에도 조예가 깊은 그는 50년대부터 한국의 달 산 학 사슴
여인 조선시대의 백자 등을 소재로 한국적인 정서를 조형화했다.

수화는 56년부터 59년까지 약 3년간 예술활동의 본고장인 파리에
체재하면서 많은 작업을 했다.

이때 수화는 엄격하고 절제된 조형성을 지닌 한국 고유의 정감을
나타내는 서정의 세계를 심화시켜 갔다.

서울대 교수, 홍익대 미술대 학장,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등 우리나라의
학계와 화단에서 확고한 지위와 명성을 쌓던 그는 작업에 몰두하기 위해,
그리고 국제무대에서 세계적인 예술가들과 겨루기 위해 제7회 상파울로
비엔날레 참가를 계기로 63년 미국 뉴욕으로 떠났다.

구상미술에서 출발,점점 단순화된 형상으로 절제된 조형미를 추구하던
그는 70년에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라는 작품을 국내에서 선보이면서
캔버스 전면을 덮는 수많은 점들로 이루어진 절정에 달하는 작품들을
그리게 된다.

한국 현대미술의 선구자로서 한국인의 미의식을 완성시킨 추상작업으로
후학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수화 김환기는 피카소에 비견할만한 한국
현대미술의 거목이다.

< 갤러리 현대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