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에도 품격은 있다.

"웃기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코미디 프로그램일지라도
정제된 형식속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보여줄 의무가 있다.

MBCTV "오늘은 좋은날" (연출 안우정.목요일 오후 7시30분)은 다양한
형식의 코미디 프로그램이 생겨나는 가운데 정통코미디의 명맥을 유지하며
시청률에서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장수프로그램.

립싱크 코미디 "허리케인 블루"를 제외하고 모든 코너가 콩트형식으로
이뤄져 대본에 따라 연기하며 웃음을 주는 방식이다.

17일 방영된 내용은 출연자들의 다듬어지지 않는 연기가 눈을 거슬리게해
마치 녹화전 연습장면을 보여주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페어 플레이"에서는 "자식" "덜떨어진 놈"이라는 비어도 등장하며
서경석 홍기훈 서승만등 연기자이 연기도중 서로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들이 보여준 학생들의 이야기는 현실과 거리감이 있고 스토리 전개와
상관없이 박진영의 노래와 춤으로 어색한 마무리를 하고 있다.

화려한 의상과 현란한 조명아래 펼쳐지는 "풍운의 별".

대하 서사물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이경실이라는 걸출한 연기자의
주도아래 의미없는 대화로 일관, 극적 재미를 떨어뜨리고 만다.

반면 인기코너로 자리잡은 "울엄마"와 "내리사랑"은 서민들의 가슴찡한
아픔을 웃음속에 녹여내 진한 감동을 줬다.

하지만 박명수 김효진등 주변인물들의 우스꽝스런 행동과 모습들이
주인공들과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서 시선을 분산시키고 있다.

작위적 상황속에서 소란스런 대사와 몸짓으로 시청자를 웃기려면 모든
요소들이 조화를 이뤄 하나의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내야한다.

출연자들끼리 웃고 즐기는 장면을 시청자들도 보고 즐기라는 발상은
직무유기다.

"오늘은 좋은날"이 그동안 시청자로부터 인기를 끈것은 파격적인 소재를
다뤄 흥미를 끄는 식이 아니라 일상적인 소재로 접근, 웃음과 함께 진한
감동을 줬기 때문.

과장된 몸짓과 저질스런 대사보다는 코미디언 개개인의 연기력을 세심한
연출로 살려낸 결과였다.

"테마게임"등에서 번뜩이는 재치를 보여주던 서경석, 홍기훈은 순발력
있는 연기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진부하다고 생각했던 예전의
코미디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같은 안타까움마저 든다.

웃음과 감동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는 무리한 욕심 때문에
방향성을 상실하고 코미디 프로그램 본연의 성격마저 이탈하고 있지 않은가
싶다.

<양준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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