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TV "TV인생게임" (목요일 오후 7시05분)은 살면서 부딪히는 복잡하고
난감한 문제들을 마치 게임하듯이 가볍고 재미있게 풀어낸다.

아이가 하교길에 불량배들에게 얻어맞고 돌아와 학교 가기를 겁낸다.

어머니는 돈을 쥐어주며 불량배를 만나면 건네주라고 하고 아버지는 맞서
싸우라고 한다.

돈을 줄 것인가, 맞서 싸울 것인가.

이제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된다.

게임을 하려면 편을 가르는 것이 우선이다.

5명의 패널은 OX퀴즈를 푸는 것처럼 O나 X쪽으로 갈라선다.

패널들은 9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을 향해거리낌없이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밝힌다.

입심좋은 최동원과 이숙영이 토론을 적절히 격렬하게 이끈다.

공방이 끝났다.

배심원장인 빠테루 아저씨는 "맞서 싸우라"는 쪽의 승리를 선언한다.

다음 문제가 이어진다.

한 가정주부가 고등학생인 딸의 과외비를 충당하기위해 룸까페
새끼마담으로 나섰다.

이 사실을 알게된 남편.

이혼할 것인가, 용서할 것인가.

고등학생 아들을 둔 부부.

어느날 남편이 가지고 온 성인비디오가 아들의 방에서 나오자 고민에
빠진다.

모른 체하고 넘어갈까, 호되게 야단칠까.

이같은 문제가 3분 정도의 재연 화면을 통해 제시되면 똑같은 방식으로
게임이 되풀이된다.

게임의 총주관자는 아세아 네트워크의 윤인섭PD.

예능프로그램 연출의 베테랑답게 게임을 철저히 흥미위주로 박진감있게
이끌어간다.

재연하는 배우들의 연기에서부터 패널의 말한마디에까지 웃음을 유발하는
윤PD의 세심한 연출이 느껴진다.

"TV인생게임"은 다양한 흥미요소를 결합한 잘 만들어진 오락프로그램이다.

또 복잡하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삶의
문제를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식의 흑백논리로 접근, 판결을 내려주니
얼마나 간편한가.

따라서 프로그램에는 심각한 게 전혀 없다.

재연화면이 나갈 때 간간히 비치는 패널들은 웃을 상황이 아닌 데도
항상 낄낄댄다.

제작진이 표방하는 대로 패널들의 토론과 배심원들이 내리는 최종판결을
통해서 우리사회의 도덕지수와 가치기준을 제시받을 것인가, 아니면 여타
오락프로그램처럼 한번 웃고 즐긴 것으로 만족해야 할까.

판단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