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라는 도시의 감춰진 희망과 애환을 캔버스에 옮겨 미국화단의
주목을 받아온 오치균씨(42)가 22일~2월1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가나화랑
(733-4545)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일 작품은 뉴욕에 머물면서 제작한 도시설경과
산타페풍경 등 40여점.

뉴욕도심의 건물과 거리, 그리고 눈덮인 근교의 삭막한 들판 등을 통해
눈덮인 도시풍경을 리얼하게 드러낸 작품들이다.

그의 작품은 붓이나 나이프대신 손가락에 안료를 묻혀 화폭에 이미지를
형상화해 나가는 특유의 핑거페인팅기법을 사용, 설경자체를 강하고 신선
하게 드러내고 있는 점이 특징.

매끈하게 덧칠한 화면과 그 위에 점점이 찍혀 발라진 거친 마티에르때문에
그의 작품은 마치 살아움직이는 유기체의 생명감같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눈보라속에서 유인등처럼 반짝이는 2개의 헤드라이트를 달고 달리는
버스의 모습, 나뭇잎이 떨어지고 발가벗겨진채 외롭게 떨고 서있는 가로수
등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도시풍경중 많은 작품들은 정경이 제거된 채
삭막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어둡고 한정된 톤으로 불확실하고 한정된 세계를 그려낸 화면은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고독과 소외감을 표출한 것이라고.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뒤 "서울풍경"연작을 선보이고 뉴욕으로 건너간
오씨는 브루클린대 대학원을 졸업한 이래 줄곧 현지에서 활동해왔다.

93년과 94년 스리 제로갤러리와 마리사 델레 등 뉴욕굴지의 화랑에서
개인전을 열어 호평을 받는 등 그동안 국내외에서 11번의 작품전을 가졌다.

< 백창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