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책의 첫째요건을 퇴색하지 않는 생명력이라고 할 때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는 분명 조선시대 최고의 책이다.

목민관이 지켜야 할 도리와 직무를 소상히 설명한 이 책은 21세기를
눈앞에 둔 지금 책속에 담긴 뜻이 퇴색하기는 커녕 오히려 빛을 발한다.

젊은 사학자 이인철씨(중앙대강사.38)가 최근 "목민심서"의 본뜻을
살리면서 현실에 맞춰 내용을 새롭게 정리한 "이야기 목민심서"(고려원간)를
펴냈다.

그동안 창작과비평사의 "신역 목민심서"(전4권)등 총20여종의
"목민신서"가 간행됐으나 일반인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비해 "이야기 목민심서"는 재미있고 유익한 사례를 중심으로 쉽게
풀어쓴 것이 특징이다.

"경희대에서 "목민심서"교양강좌를 진행하면서 이 책을 딱딱하고 고루한
고전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요즘 독자들이 관심을 갖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사상이나 철학을 담은 책도 읽히지 않으면 휴지에 불과하지
않겠습니까"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가르친 것 보다 다산선생으로부터 배운 것이
더 많았다는 이씨는 이 책에 담긴 것은 조직사회에서 관리자가 취해야 할
정약용식 처세술이자 지도자학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율기육조(스스로를 먼저 다스린다) 봉공육조(언제나 봉사하는
마음가짐으로) 이전육조(아랫사람을 엄히 다스려라) 형전육조(공정한
소송은 바른 판단에서) 해관육조(한점 부끄럼없이 떠나다)등의 부분이
읽을수록 가슴에 와닿는 내용이었다고.

"일반행정은 물론 병무와 사법에 이르기까지 국정전반을 다룬
"목민심서"는 지방관이 아니라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지녀야 할 덕목으로도
손색 없습니다.

안동김씨와 풍양조씨간의 권력투쟁이 한창이던 19세기초반 다산이
순조임금에게 보낸 국정혁신에 대한 희망사항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저자는 또 "윗사람이 무능하고 국정전반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아전들의
비리를 막지못한다"는 내용의 이전육조는 연이은 공직자 비리사건으로
시끄러운 오늘날 사회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고 강조했다.

총12편으로 구성된 "이야기 목민심서"는 1~4편에서 새로 부임한 지방
수령이 직무를 수행하기에 앞서 갖춰야 할 마음가짐을 다뤘으며, 5~10편은
이호예병형공의 여섯가지 직무의 세부적내용을 살폈다.

11편 진황에서는 백성의 가난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법, 12편 해관은
임기를 마치고 떠날때 지켜야 할 목민관의 도리를 적고 있다.

이씨는 경북대사학과를 나와 고려대와 정신문화연구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신라 정치제도사연구" "신라 촌락사회사연구"등의 책을 냈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