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의 관심속에 열렸던 제1회 광주 비엔날레가 20일 폐막됐다.

1년도 안되는 짧은 준비기간으로 인해 많은 우려속에 개막된
광주 비엔날레는 그러나 160만명의 관객을 동원, 첫회부터 흑자를
기록하는 예상밖의 성과를 얻어냈다.

"경계를 넘어"라는 주제 아래 전세계 58개국 608명의 작가가 참여한
광주 비엔날레의 총예산은 182억원.

이 가운데 시설비를 제외한 순수전시운영비는 77억원이었는데 60억원에
달하는 입장료수입과 휘장사업 등 부대사업수입 22억원을 포함, 82억원을
벌여들임으로서 5억원이상의 흑자를 냈다.

광주 비엔날레가 수지면에서 이처럼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은 무엇보다
다른 행사와의 확실한 차별화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는게 주최측의
설명.

이탈리아의 베니스비엔날레,독일의 카셀도큐멘타등 100년이상의
역사를 가진 비엔날레와 달리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미술계에서
소외돼온 제3세계를 적극 포용, 새로운 관심을 얻을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 국내적으로는 설치미술이나 컴퓨터를 이용한 첨단예술을 집중적으로
소개,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킬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같은 외형적 성공에도 불구, 실질적인 성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비판의 소리도 만만치 않다.

그 첫째는 세계적으로 영향력있는 미술관계자나 작가들의 참여가
저조, 당초 지향했던 국제적 권위의 비엔날레로 부각되지 못했다는 점.

또 메인이벤트인 국제현대미술전의 80%가 설치작품으로 꾸며져
현대미술의 다양한 흐름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관람객 또한 외국인은
2만여명에 불과, 대부분 내국인이 차지해 집안잔치에 그쳤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이밖에 관객동원을 위한 무분별한 부대행사로 인해 미술행사라기보다
박람회나 엑스포같은 축제로 비쳐진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또 비좁은 전시공간에 많은 관람객들이 한꺼번에 몰려 감상을 제대로
하기 어려웠던 것도 차후 시정돼야 할 사항으로 꼽혔다.

뿐만아니라 상당수의 저급하고 짜임새없는 작품들이 과대포장돼
일반인의 미술작품에 대한 불신만을 심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작품진열및 안내요원의 태부족, 오자투성이의 안내팸플릿 등도 국제전
에서는 용납될수 없는 중요한 실수로 지적됐다.

미술평론가 정준모씨는 이번 광주 비엔날레가 "기록적인 관객동원과
함께 미술에 대한 인식확산에 크게 기여했고 한국미술의 국제적 역량을
한단계 높이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좀더 내실있는 미술행사로 키우기 위해서는 행사방향 등에
관한 진지한 검토가 뒤따라야 할것"이라고 덧붙였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