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산업이 영상.멀티미디어등과 연계되면서 종합문화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껏해야 "코묻은 돈"정도로 인식돼오던 만화산업이 단순한 오락차원을
넘어 고부가전략상품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

이와함께 캐릭터산업도 디자인권 판매, 게임용 소프트웨어개발등으로
활용범위및 시장규모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국내만화시장 규모는 잡지와 단행본만 따져 연4천억원.

만화영화 비디오 팬시 캐릭터 컴퓨터게임등 연관산업을 합치면
3조원에 이른다.

만화전문 케이블TV "투니버스"가 시험방송을 시작하는 10월이면
시장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따라 업계의 경쟁력강화노력도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들어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시장세분화.순정 무협 극화등으로
대별되던 만화가 연령.장르별로 차별화되고 있으며 내용도 역사
경제 종교 철학등 다양해지고 있다.

만화잡지도 기획단계에서부터 고정독자층을 겨냥해 편집이나 내용을
특화하고 있으며 글과 그림의 분업이 본격화되는 추세다.

책 대신 디스켓을 이용한 컴퓨터만화가게 "영상만화방"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대기업들도 회사이미지와 제품홍보에 만화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삼성그룹이 만화책자 "삼성신경영"(이원복지음)을 22만부나
찍어 그룹홍보에 활용한 것은 이같은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

일본의 경우에는 이같은 세분화가 더욱 발전돼 테마만화까지 등장했다.

유아 결혼 퀴즈등 특정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

일본은 만화왕국답게 전체 출판시장에서 차지하는 만화의 비중이
40%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 만화출판이 4,930종(94년)으로 전체의 16%에 그친것과는 대조적
이다.

만화출판이 1차산업이라면 이를 영상에 접목시킨 만화영화는 2차산업
이라고 할수 있다.

국내에서 제작되는 만화영화는 연간 1,000여편. 일본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다.

지난해 수출실적은 595억원. 극영화수출이 5억여원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액수다.

그러나 속사정을 알고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2조8,000억원에 이르는 세계만화영화시장의 65%는 일본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일본만화영화의 한국시장점유율은 85%.우리영화는 5%에 불과하다.

세계3대 만화영화제작국이면서도 왜 우리는 안방을 내주고 있는가.

그것은 국내업체들이 단순작화와 하청제작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국내제작사들은 기술제휴와 합작,
신기술개발등을 통한 세계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길동95"를 제작중인 돌꽃컴퍼니(대표 윤석화)는 일본AIC프로덕션의
싱가포르 자회사와 필리핀등에 하청작업을 맡기고 미국모노리스NDF사와
세계배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달5일 개봉된 "붉은매"의 대원동화(대표 안현동)도 아시아와 유럽
지역으로 배급망을 확대하고 있으며 비디오 TV시리즈를 통한 세계진출에
나섰다.

또 "둘리의 배낭여행"(선우엔터테인먼트), "마술피리"(서울무비),
"헝그리 베스트5" "소나기" "소년병 바우"(이상 영프로덕션),
"아마게돈" 등이 해외무대를 겨냥하고 있다.

케이블TV 만화채널인 투니버스도 프로그램공급뿐만 아니라 영상소프트
산업 전반에 걸친 제작기법과 머천다이징등 관련산업의 활성화에 본격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가상현실과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3D컴퓨터그래픽기법등도 실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캐릭터산업은 만화관련 3차산업.의류 소품 완구등에 디자인권을
판매하는 것에서부터 게임.팬시산업과 연계한 상품개발등 활용하기에
따라 엄청난 부가가치를 지닌다.

정부에서도 일본의 아톰, 미국의 미키마우스에 대적할만한 한국적
캐릭터의 개발을 지원키로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순수 캐릭터시장은 연간 1,000억원대. 게임용 소프트웨어
팬시산업등을 포함하면 1조원에 가깝다.

"아마게돈"을 제작중인 (주)아마게돈은 지난6월 캐릭터사업설명회
개최이후 현재까지 C마트등 20여업체와 3억여원의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김혁(주)아마게돈대표는 "일본 만화영화 "이웃집 토토르"의 상영
수익이 7억엔인데 반해 캐릭터판권수익은 150억엔이나 됐다"며
"국내캐릭터산업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만화출판과 영상.멀티미디어를 연결하는 캐릭터산업은 디자인으로
승부를 거는 산업이기 때문에 창의성이 생명이다.

독창적인 디자인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자본여력 없이도 얼마든지
외국과 경쟁할수 있으며 그만큼 수출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국내 만화산업과 캐릭터산업이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지원과 업계의 장기적인 전략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만화의 경우 작가와 시나리오의 빈곤, 도제식 생산관행, 유통체계의
낙후성, 영세자본, 인접산업과의 연계미흡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캐릭터분야도 기획.창의력의 부족, 전문디자이너와 소프트웨어의
빈곤, 인재양성 소홀등이 해결돼야할 과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