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제작열기가 뜨겁다.

올들어 젊은 감독들과 독립프로덕션의 활동이 두드러진 가운데 대기업
들의 자본참여가 급증하면서 더욱 활기를 띠고 있는 우리영화는 소재나
기법면에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제작에 착수한 영화는 "카루나" "총잡이" "영화전태일"
"헤어드레서" "천재선언" "엘리베이터"를 비롯 남성의 성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고추이야기" "포르노맨", 신여성주의를 표방한
"개같은 날의 오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등 10여편이 넘는다.

이밖에 미원그룹의 상암기획이 투자한 "3인조"와 벽산에서 참여하는
"살아있는 갈대"도 곧 촬영에 들어간다.

"고추이야기"(이정국감독)는 성에 대한 인식이 왜곡된 한국사회에서
남성들이 겪는 외로움과 소외감을 다룬다.

연출을 맡은 이정국 감독은 남성들의 고민을 현실감있게 그리기위해
삼성물산의 남자사원 100명과 인터뷰를 갖고 "일과 삶에 자신있다는
이들도 성생활에 대한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었다"며 단순히 남성의
성을 호기심차원에서 해부하는 영화가 아니라 성으로부터 소외된
성인들의 모습을 사회성 코미디로 그려보겠다고 말했다.

문체부가 제작신고서에 기재된 제목이 거부감을 준다는 이유로 접수를
거부, 한바탕 해프닝을 치른 이영화는 삼성이 제작비 전액을 지원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포르노맨"도 여균동 감독의 독특한 시각으로 은밀한 남자의 성의식을
파헤친다.

충도와 성성이라는 두 친구가 과거에 만난 금발여인을 못잊어 찾아
헤매다 포르노계에 뛰어들어 갖가지 인생유전을 겪는 과정을
코믹터치로 접근한다.

"세상밖으로"에서 호흡을 맞췄던 문성근 이경영이 캐스팅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개같은 날의 오후"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는 결혼한 여성의 자아찾기를 다루고 있다.

이민용감독의 "개같은 날의 오후"는 아내에 대한 남편의 폭력을
보다못한 동네여자들이 집단으로 들고 일어나 폭력남편으로 상징되는
지배권력에 대항한다는 내용의 블랙코미디.

치마부대에 폭행당한 남자가 이송 도중 사망하고 여자들은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경찰과 대치극을 벌인다.

정선경 하유미 정보석 등과 함께 연극배우 손숙이 가세해 화제를
모았다.

제일기획이 제작비 10억원중 절반을 투자하고 홍보를 책임진다.

- 9월 개봉예정.

오병철감독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대학동창생인 세 여성의
각기 다른 결혼생활을 통해 여성의 진정한 홀로서기를 탐색한 페미니즘
영화.

아이를 잃고 남편과의 갈등끝에 이혼한 작가와 결혼을 매개로 수직
상승을 이룬 현실론자, 사랑지상주의의 순종파여자가 주인공.

강수연 심혜진 이미연이 주연을 맡고 들의 상대역으로 김명수 박철호
등이 출연한다.

원작은 공지영씨의 동명소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