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극장가에 외화바람이 거세다.

계절적 비수기를 맞아 이렇다할 한국영화가 없는 가운데 직배사의
물량공세를 타고 상륙한 외화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금년도 아카데미상후보에 오른 "쇼생크 탈출" "퀴즈쇼"와 개봉중인
"바이올린 플레이어" "불멸의 연인" "레옹"에 이어 "러브 어페어"
"함정"이 11일 개봉되고 "일급살인" "매드니스"가 18일부터 공개된다.

"러브 어페어"는 39년 리오 맥케리감독이 처음 만든 뒤 세번째
리메이크된 추억의 명작.

이번엔 글렌 고든 카론이 감독을 맡았고 제작자 워렌 비티와 그의
아내 아네트 베닝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황금연못"이후 13년만에 출연하는 캐더린 헵번의 연기도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각기 약혼자가 있는 남녀가 첫눈에 반해버리는 클래식 러브스토리.
현대적 감각을 살리기 위해 플레이보이역을 은퇴한 풋볼선수로 교체
하고 두 주인공의 첫만남장소도 유람선에서 비행기로 바꿨다.

숀 코네리의 "함정"은 한 사형수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싸우는
하버드 법대교수의 얘기를 다룬 서스펜스스릴러.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폴 암스트롱(숀 코네리)은 살인범으로 구속된
바비의 탄원서를 받고 조사에 착수한다.

검사출신 아내 로리(케이트 캡쇼)의 지원으로 사건현장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하지만 바비를 체포했던 형사 테니(로렌스 휘시번)는 그가
범인임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폴은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위협하는 가공할 조작극이
도사리는 것을 깨닫고 사건속으로 걷잡을수 없이 휘말려 든다.

"일급살인"은 미국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감옥 앨카트래스를 폐쇄
시켰던 헨리영 사건을 영화화한 것.

크리스찬 슬레이터와 케빈 베이컨의 뛰어난 연기가 일품이다.

"쉰들러 리스트" "불멸의 연인"에 출연했던 게리 올드만이 교도소
부소장으로 변신, 냉혹한 표정연기를 펼친다.

단돈 5달러를 훔친 죄로 수감된 헨리 영(케빈 베이컨)은 탈옥을
시도하다 붙잡혀 3년간 지하독방에 감금된다.

짐승같은 생활을 견뎌낸 그는 독방에서 풀려나자마자 탈옥을 밀고한
동료죄수를 살해, 일급살인죄로 기소된다.

관선변호사 제임스 스탬필(크리스찬 슬레이터)은 지하감방의 참상을
알게 되면서 연방정부와 맞서는데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두사람의
진한 우정과 인간애는 감동을 넘어 처절하기까지 하다.

"매드니스"는 공포영화의 귀재로 불리는 존 카펜터감독이 새롭게
내놓은 야심작.

뉴잉글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세계적 베스트셀러작가의 실종
사건을 소재로 제작해 "피카소의 광기와 카프카의 혼돈을 응축시킨
컬트영화"라는 평을 받고 있다.

샘 닐과 찰톤 헤스톤의 열연에 "쥬라기공원"의 특수음향팀이 합세,
최근 미국박스오피스에서 "덤앤 더머" "노바디스 풀"등을 제치고
4위에 랭크됐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