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50주년을 맞아 한일간 새로운 관계 정립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양국의 대표적 문인 두사람이 만나 상호화해및 문학의
역할에 관해 논의,관심을 모았다.

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대강건삼랑)씨와 시인
김지하씨가 주인공.

1~3일 서울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린 한일심포지엄 "해방50년과
패전50년-화해와 미래를 위하여"에 참가한 두사람은 주제발표와 토론을
통해 각각 "상처치유"와 "생명공동체"로서의 문학론을 제시했다.

90년에 이어 두번째 한국을 방문한 오에씨는 "희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안고 왔다"고 운을 뗀뒤 "그러나 아직까지 일본이 과거역사를
완전히 청산하지 못했기때문에 상호이해에 대한 희망보다 두려움이
큰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밀란 쿤데라의 말을 인용,"고통에 가득찬 기억을 외면해서는
안되며 오히려 뚜렷하게 되새기는 일이 필요하다"며 "문학의 역할은
그같은 자각을 바탕으로 과거나 미래에 대해 결코 망각하거나 주의력을
늦추는 일이 없도록 하는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세대에라도 두나라 국민이 화해할 수 있도록 상처를 씻고 치유하는
작업을 문학이 해야한다는 것.

그는 김지하씨의 민중문화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고 "한일
양국과 아시아의 미래를 새롭게 구상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국경을
뛰어넘는 공통의 언어"라고 말했다.

"공통의 언어"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진정한 화해에 도달하기
위해 마치 하나의 언어로 말하는 것처럼 상호 이해가능한 표현을
교환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김지하씨는 동학사상을 바탕으로 한 "동북아생명공동체"의
구성이라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인간존중의 철학을 중심으로 상생과 화엄,과학과 문학등이 조화를
이루는 "기우뚱한 균형"의 질서를 찾아야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를위해 "한일 두나라를 포함한 동북아지역의 시민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비핵화 군축 원전철거등이 시급한 과제이며
새로운 대체에너지 개발을 앞당겨야 한다"고 역설했다.

자발적인 시민연대를 통한 동북아 생명공동체 창출의 방법으로는
<>동양기학의 재발견과 카오스과학 <>시간에 대한 그물망인식 <>사회의
유기체적 관계파악등을 들었다.

그는 이어 자신의 "대설 남"을 예로들며 "문학에서 종교 과학 민담
설화 시등 장르의 통합을 시도한 것과 마찬가지로 민중의 다화자성이
갖는 힘이야말로 화엄적 미래를 가져다줄것"이라고 얘기했다.

이에대해 오에씨는 최근 완성한 3부작 "타오르는 푸른나무"와 관련,"한쪽은
푸르게 살아있고 다른한쪽은 붉게 타는 나무의 모습속에 모순투성이인
우리의 삶이 상징적으로 들어있다"며 김씨의 희망과 자신의 지향점이
다르지 않음을 표시했다.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