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감독이 험준한 "태백산맥"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올 하반기 한국영화 최고화제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태백산맥"(태흥
영화사)은 4일 전남 장성군 북일면 문암리 금곡마을에서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신 촬영을 마치고 추석개봉을 위한 초읽기에 들어갔다.

"태백산맥"팀은 이날 전체가구수 25호에 주민 76명만이 살고있는 전형적인
농촌인 이곳에서 영화의 최대 하이라이트 "불타는 산자락 마을"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계엄군이 밤이 되면 빨치산의 보급투쟁의 근거지가 되는 이 마을의 주민들
을 소개하고 마을 전체를 불살라 버리는 장면이다.

불타는 마을의 모습을 찍는데 소요된 시간은 불과 30초.

그러나 이 짧은시간의 촬영을 위해 5천여만원이 들어갔다.

당시 상황 재현과 안전을 위해 전신주 11개를 모두 뽑아 버려야 했다.

화염에 휩싸인 마을의 전경을 잡기 위해 현지 가옥들 사이에 24개의 대형
LPG가스통이 설치됐다.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돼 중앙컨트롤로박스에서 자동점화되는 가스통에서
불길이 치솟아 오르며 장관을 이뤘다.

또 연막탄과 폐타이어를 태워 연기가 나는 효과를 살렸다.

또 실제로 집들이 불타는 모습을 찍기 위해 5채의 초가 세트가 마련됐다.

불태워진 초가 세트는 미리 대기하고 있던 2대의 소방차에 의해 진화됐다.

촬영을 진두지휘한 임감독은 "이제 95% 정도를 찍어낸 것 같다"며 이달
중순이면 촬영이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에서 임감독과 영화 "태백산맥"에 대한 인기는 대단했다.

장성군과 금곡마을 주민들의 협조로 현재 블럭으로 돼 있는 담장이 영화의
배경에 걸맞게 돌담으로 바뀔 수 있었다.

전신주를 뽑는데도 군의 협조로 비용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제작진들은 전했다.

이날 동원된 1백여명의 엑스트라중 40여명은 주민들이 맡아줬다.

이 마을 전체주민수의 절반이상이 참가한 것이다.

내년에 2부제작에 돌입할 예정인 "태백산맥"은 1편에만 총제작비 30여억원
이 투입되는 매모드작.

1부에서는 48년 여수 14연대 반란 사건에서 6.25전쟁 발발 직후 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는 조정래씨의 원작의 1권에서 6권에 까지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한편 장성군은 2백만평 규모의 금곡마을 일대를 "영화촌"으로 건립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울창한 조림지를 뒤에 두면서 마을의 짜임새도 카메라의 역광을 살릴 수
있는 계단식 동향으로 형성돼 있어 영화촬영의 최적지라는 설명이다.

로케장 물색중 우연히 이곳을 발견했다는 임감독은 "우리민족이 살아온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 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