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VS 나머지.’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상황을 요약한 말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편수와 투자액, 가입자, 실사용률 등 모든 항목에서 넷플릭스가 토종 OTT업체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관련 업계에선 국내 OTT들이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넷플릭스의 공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 치열해진 넷플릭스

22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넷플릭스 앱 사용자는 1156만 명에 달했다. 2~4위인 쿠팡플레이(467만 명) 티빙(411만 명) 웨이브(293만 명)를 더해야 넷플릭스와 비슷해지는 수준이다. 업계에선 올해를 기점으로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가 K콘텐츠 투자를 강화하고 광고형 요금제를 활성화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어서다.

콘텐츠 투자도 늘리고 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5일 미국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4년간 한국 드라마 영화 리얼리티쇼 등 K콘텐츠에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5억달러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자한 금액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킹덤’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처럼 해외에서도 통하는 넷플릭스 K콘텐츠를 더 만들겠다는 뜻이다.
더 독해진 넷플릭스에 '초비상'…국내 OTT 급기야 [정지은의 산업노트]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서 나타난 신규 이용자 유입 정체 현상도 넷플릭스엔 ‘강 건너 불’이다. 광고를 시청하면 기존 이용료의 반값인 월 5500원에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광고형 멤버십’을 내놓으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젊은 이용자를 끌어들였다. 풀HD급 화질을 즐길 수 있고 동시 접속도 2명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는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적자 늪 빠진 국내 OTT

국내 OTT사업자인 티빙, 웨이브, 왓챠 등은 지난해 막대한 적자를 냈다. 넷플릭스와 경쟁하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았지만, 성과로 연결되지 않은 탓이다. 웨이브는 지난해 12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0년 169억원, 2021년 558억원 등으로 적자 폭이 계속 커지고 있다. 콘텐츠 원가가 2021년 1452억원에서 지난해 2111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사용자 증가세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설명이다. 다른 업체도 상황이 비슷하다. 티빙의 영업손실은 2020년 61억원, 2021년 762억원, 지난해 1191억원으로 계속 늘고 있다. 왓챠 역시 지난해 555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이들의 영업손실 요인으로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비 증가 영향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웨이브의 콘텐츠 원가는 2021년 1452억원에서 지난해 2111억원으로 증가했다. 티빙도 같은 기간 콘텐츠 원가가 707억원에서 1167억원으로 불었다.

올해도 흑자전환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태현 웨이브 대표는 지난달 연 미디어 행사에서 “당장 1~2년 내 흑자전환을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왓챠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외부감사 기관인 신한회계법인이 “계속기업(영업을 계속할 것이라는 전제 조건)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한다”는 평가를 내놨을 정도로 경영난이 심각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OTT 사업자 대부분은 당분간 보수적으로 투자하면서 비용 절감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이들이 주춤하는 사이 넷플릭스 영향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