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향후 2년간 좋은 기업 싸게 살 기회…최대 8兆까지 쓸 것"
“앞으로 2년 동안 좋은 기업을 싸게 살 기회가 많이 올 것입니다.”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이 오는 28일 경영 복귀를 앞두고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M&A) 계획을 밝혔다. 서 명예회장은 21일 “앞으로 나올 대형 M&A 매물을 빠르게 검토하고 인수를 결정하려면 요리사가 칼을 들고 주방에 앉아 있어야 한다”며 복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항체의약품 개발회사뿐 아니라 의약품 위탁생산(CMO), 의료기기, 디지털헬스케어 등 셀트리온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셀트리온의 자금력이라면 M&A에 4조원 이상을 투입할 수 있다”고 했다. 셀트리온이 글로벌 의료기기 제조사 박스터인터내셔널의 바이오파마솔루션사업부 인수를 검토한 것도 이 같은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 복귀 이유는 M&A

서 명예회장은 올해부터 경영 악화로 M&A 매물로 쏟아져나오는 기업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이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좋은 매물을 공격적으로 인수해 회사를 성장시킬 기회라는 게 그가 설명하는 경영 복귀 이유다.

박스터의 바이오파마솔루션사업부는 최근 경영 악화로 제약바이오기업이 매물로 나온 대표적인 사례다. 박스터는 2021년 의료기기 제조사 힐롬홀딩스를 약 14조원에 인수하면서 재무 상황이 악화됐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 규모가 166억달러(약 22조원)로 지난 20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193억달러·약 25조원)과 맞먹는다. 박스터는 바이오파마솔루션사업부를 매각해 조달한 돈을 부채 상환에 쓸 계획이다. 거래 규모는 40억달러(약 5조2200억원)로 추정된다. 미국 정밀과학기기 제조사 서모피셔사이언티픽을 비롯해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KKR, 칼라일그룹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셀트리온도 자사 바이오시밀러 제품인 램시마의 생산을 박스터에 맡기며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시너지 측면에서 셀트리온이 다른 인수 후보에 비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수에 성공하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최대 규모 M&A 사례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셀트리온이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시장인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사업의 주도권을 쥐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셀트리온은 “바이오파마솔루션사업부 인수와 관련해 검토한 바 있으나 현재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해당 내용에 대한 결정 사항이 발생하면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위기와 기회는 같이 온다”

서 명예회장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으로 거시경제 환경과 금융시장이 악화된 현 상황을 기회로 보고 있다. 그는 “아무리 큰 위기라도 적기에 빨리 결정하면 기회로 바꿀 수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결정의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서 명예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난 2년간 한 시간이면 결정할 일을 1주일 이상 회의하는 광경을 목격했다”며 “이러다 비즈니스 기회를 남들에게 다 빼앗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복귀 후 현장에서 긴급 수혈이 필요한 회사를 신속하게 검토한 뒤 인수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M&A를 하라고 했더니 아직 멀쩡한 회사를 데려오더라”라며 “나는 죽은 회사를 사 와서 쓰레기를 분리배출하고 되살리는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죽은 회사지만 셀트리온과 결합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겠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서 명예회장은 “회사의 현금 보유액을 감안할 때 M&A에 4조원을 투입할 생각”이라며 “정말 괜찮은 회사라면 인수금융을 활용해 8조원까지도 쓸 생각이 있다”고 했다.

◆올 매출 목표 3조원

U헬스케어 사업을 향한 애착도 드러냈다. 그는 “원격의료는 플랫폼이 문제가 아니라 검사 장비와 기술력이 핵심인 만큼 관련 기술을 개발해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실적 목표와 관련해선 “올해 매출 3조원을 목표로 열심히 뛸 생각”이라며 “2년 후 글로벌 시장이 정상화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서 명예회장은 28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리는 셀트리온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승인을 거쳐 이사회 공동 의장에 오른다. 주총에 참석해 복귀 후 계획과 현안을 주주들에게 설명할 예정이다.

전예진/한재영 기자 ace@hankyung.com